매일신문

[아시안게임] 황선홍, 김학범호 떠올렸나? "7발 중 첫발, 없는 경기 칠 것"

19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황선홍 감독이 해트트릭을 달성한 정우영을 교체한 뒤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황선홍 감독이 해트트릭을 달성한 정우영을 교체한 뒤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웨이트를 9대0으로 대파한 황선홍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없는 경기로 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황선홍호는 19일 오후 중국 진화 스포츠 센터 스타디움에서 가진 항저우 아시안게임 E조 조별리그 1차전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9대0으로 승리했다.

그런데 경기 종료 후 예상 밖 담담한 모습으로 선수들을 격려하고 기자회견장으로 온 황선홍 감독은 취재진에 "(우승까지) 7발(일곱 경기) 중 첫발(첫 경기)인데,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열심히 해줬다"고 선수들을 칭찬하면서도 "자신감은 갖되 나머지는 다 잊어야 한다. 더 많은 준비와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승은 기분 좋지만 반드시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칫하면 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결선 토너먼트 등 어려운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면서 "성공적으로 그런 경기들을 치르려면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다"고도 했다.

이날 정우영이 해트트릭(3골), 조영욱이 멀티골(2골)을 기록했고, 백승호, 엄원상, 박재용, 안재준도 각 1골씩 넣는 등 6명이 득점했다.

이들을 포함해 다수가 첫 승리에 너무 도취되는 것을 경계, 앞으로 이틀 뒤 또는 사흘 뒤라는 짧은 호흡으로 치러야 하는 조별리그 남은 경기들(21일 태국, 24일 바레인)에 대한 집중을 선수들에게 요구한 맥락도 엿보인다.

4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김학범호'의 조별리그를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19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황선홍 감독이 선수들의 골이 이어지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황선홍 감독이 선수들의 골이 이어지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황선홍호는 3회 연속 우승(금메달)에 대한 기대감 만큼 부담감도 갖고 출전 중이다.

앞선 2차례 우승 당시 '7발(7경기)' 사례를 보면, 우선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광종호의 경우 7경기 전승을 기록했다. 그것도 무실점이었다. 넣은 골은 총 13골.

다만, 이번과 같은 대승은 없었다. 조별리그에서 1차전 말레이시아에 3대0, 2차전 사우디아라비아에 1대0, 3차전 라오스에 2대0 승리를 거뒀다.

이어 16강 홍콩에 3대0, 8강 일본에 1대0, 4강 태국에 2대0, 그리고 결승 북한에 1대0 승리를 거뒀다.

약팀에도 3골이 넘는 차이의 대승을 거둔 적이 없고, 사우디·일본·북한엔 한 골 차 신승(어려운 승리)을 거두며 우승까지 도달했다.

이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김학범호의 경우 조별리그에서 1차전 바레인에 6대0 대승을 거뒀는데, 바로 다음 2차전 말레이시아에 1대2로 패배해 충격을 던졌다. 그리고 3차전 키르기스스탄에 1대0으로 겨우 이겨 토너먼트 티켓을 얻었다.

황선홍 감독이 이번 쿠웨이트 전 9대0 대승을 놓고도 직전 대회 '힘겨웠던' 2차전, 3차전 사례를 떠올렸을 수 있는 부분.

김학범호는 토너먼트도 꽤 힘겹게 거슬러 올라갔다. 16강부터 이란을 만나 2대0으로 승리했고, 8강에선 우즈베키스탄에 4대3 진땀승을 거뒀다. 이어 4강에선 박항서 감독이 이끈 베트남을 만나 3대1로 이겼고, 결승에선 연장전까지 간 끝에 숙적 일본을 2대1로 꺾고 우승했다.

'무실점 전승'이라는 단어를 풀어헤쳐 보면 결코 녹록지 않았던 2014년, 첫 경기 대승 후 두번째 경기 충격패라는 대회 초반 위기를 극복해야 했던 2018년을 떠올리면, 황선홍 감독의 이날 대승 후임에도 '경계'를 가득 채운 기자회견 발언은 충분히 이해된다. 아니, 반드시 필요했다.

19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9-0 대승을 이끈 황선홍 감독이 단체 기념촬영에 동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9-0 대승을 이끈 황선홍 감독이 단체 기념촬영에 동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황선홍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내내 긴장감만 다진 건 아니다. 그는 "(남자축구 경기가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경기라는 점에) 부담이 조금 있었는데, 전체 선수단에 좋은 기운을 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오늘 승리로 우리 대한민국 팀 전체가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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