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대학 혁신의 경각심

'혁신'이라는 동어반복… "모범답안이라도 있었으면"
"경각심 갖고 싶어도 뭐가 뭔지 알아야 갖지 않겠나"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6월 2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6월 2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진 사회부 차장
김태진 사회부 차장

"김대학 씨, 혁신이 뭘까요?" "대학 통폐합과 통합형 인재 양성, 미래형 모델 개발과 지역사회의 동반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해 보세요." "재수를 해야겠는데 혹시 모범 답안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혁신이죠."

올해 지역 대학가는 도돌이표에 갇힌 '혁신'과 씨름하고 있다. 모범 답안이 없다. 애오라지 '혁신'이라는 말만 오간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되려면 혁신을 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교육부는 '혁신'을 든다. 동어반복이다. 경각심을 갖고 싶어도 무엇을 혁신해야 할지, 그 '혁신'이 뭔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내는 배경이다.

5년 동안 1천억 원을 지원해 준다고 했다. 2027년까지 연차별로 선정하니 기회는 남아 있다. 그런데 첫 도전에서 고배를 든 걸 와신상담의 계기로 삼아 재도전에 진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다. 교육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혁신 로드맵 요구에 따르느니 자율적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게 훨씬 발전적이라는 소리도 나왔다.

다만 글로컬대학에 선정되지 못했을 때 후폭풍이 두렵다고 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보일 부정적 인식이다. '정부가 인정하지 않은 대학'이라는 낙인을 우려한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의 명성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할 수 있으나 대학들을 설복할 설명과 논의가 불충분하지 않은가라는 의구심이 든 지점이다.

14일 오전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최도성 한동대 총장이 정부의
14일 오전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최도성 한동대 총장이 정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에 한동대가 선정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경산권 대학들은 지난 6월 집단 패닉에 빠진 바 있었다. 교육부가 예비 지정한 글로컬대학 15곳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 총장은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명확한 기준이 여전히 없으니 아직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탈락한 학교들을 보니 통폐합이 답안은 아닌 것 같다. 올해 제출했던 혁신 기획안과 어떻게 다르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자칫 '혁신 호소인'이 될 판이라는 것이다.

글로컬대학과 관련한 지역 대학들의 고충은 급기야 국정감사장에서도 드러났다. 17일 경북대에서 있은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피감기관인 경북대, 강원대, 대구교대 등에 질의하는 대신 교육부 관계자를 훌닦았다. "대학 통폐합을 혁신성의 사례로 보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정성적 평가의 비중이 높다. 교육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글로컬대학30 육성 거버넌스 지산학연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학 및 지역의 동반 성장을 위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포항시 제공
글로컬대학30 육성 거버넌스 지산학연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학 및 지역의 동반 성장을 위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세계적인 지역 대학으로 성장하도록 하겠다는 교육부의 복안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호응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돼 향후 몇 년 동안 격변의 기회를 맞을 수도 있으나 당장 내년도 입시 성적표가 암울하다. 글로컬대학에 예비 선정된 15개 대학 중 일부의 수시모집 경쟁률은 정원 미달 예고편이었다. 기본값이라는 6대 1에 못 미쳤다. 글로컬대학으로 예비 지정된 안동대의 경쟁률은 3.27대 1, 전남의 순천대는 3.82대 1, 경남의 인제대는 3.81대 1, 강원의 강릉원주대는 4.16대 1을 보였다. 대학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게 어색하진 않다.

혁신을 정량적 요소인 수치 비교로 가늠하긴 어렵다. 엄밀히 말해 의지의 영역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혁신의 조건을 무 자르듯 명확히 할 수 없다는 점을 어느 정도 수긍하는 까닭이다. 이달 중 본 지정 대면 평가를 거쳐 글로컬대학 10곳이 발표될 예정이다. 발표와 동시에 지자체가 대학과 함께 만들어 낸 혁신 실행계획서의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된다. 대학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모범 답안의 힌트를 얻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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