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음주운전으로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배승아(9) 양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60대에게 검찰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대전지검은 20일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직 공무원 방모(66) 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위험운전치사상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죄책에 걸맞은 처벌을 해달라"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부모가 자식을 잃는 슬픔은 창자가 끊어지고 눈이 멀 정도의 고통"이라며 "깊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이 법정에 출석해 기억하기 싫은 일을 떠올리며 진술하는 것은 다시는 무고한 희생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피해자들도 사고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여전히 사고가 난 그날에 갇혀 있다"며 "배승아 양 사고 한 달 후 수원에서 8살 남아가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숨지는 등 무고한 피해자들의 희생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부의 개정과 행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에도 여전히 음주운전 범행은 계속되고 있다"며 "사법부가 음주운전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경종을 울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방 씨 변호인은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기에 변론을 생략할까 고민하기도 했다"며 "반성한다는 말도 변명이 될 수 있음을 알지만 진심으로 무릎 꿇고 사죄드릴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방 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갈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제가 지은 죄를 한시도 잊어본 적 없다. 죗값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하던 배 양 모친은 방 씨의 최후 진술을 듣지 않겠다는 듯 귀를 막는 모습이었다. 모친은 "차마 따라갈 수가 없어 버티고 있는 유족들 앞에서 '죽을' 죄라고 말하지 말라"며 "어떤 사과와 변명도 듣고 싶지 않다. 엄벌에 처해달라"며 오열했다.
방 씨는 지난 4월 8일 오후 2시 21분쯤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스쿨존에서 인도로 돌진, 길을 걷던 배 양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배 양 외에도 9~10세 어린이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도 있다.
방 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웃도는 0.108%로 나타났다. 그는 이날 낮 12시 30분쯤 대전 중구 태평동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술자리를 한 뒤 사고 지점까지 5.3㎞가량을 운전했다.
방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달 2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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