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EEF)을 계기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요되는 탄약을 조달하기 위해 러시아가 북한에서 탄약을 지원받고 북한이 필요로 하는 군사기술을 제공하고자 하는 상호 필요에 의하여 극동 군사도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개최되었다.
보스토치니 기지는 평양에서 2천700㎞나 떨어져 있는데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이 탔던 열차를 이용해 시속 60㎞ 속도로 이동했다. 이는 국제적 관심을 끌고 보안과 안전을 고려하여 취한 행동이지만 내막은 철도 노선의 노후화와 전통적으로 공산권 국가 지도자는 암살과 격추 위험을 피하고자 열차 이동을 선호해 왔던 사실에 기인한다.
◆자유시 참변이 일어났던 보스토치니에서 정상회담 개최
이곳에 2012년 건설된 러시아의 우주기지가 있다. 그동안 러시아는 소련 시절 건설된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사용해 왔는데 역외 의존도를 줄이고자 개발한 곳이다. 왜 푸틴과 김정은이 블라디보스토크를 마다하고 이곳에서 회담을 열었을까 하는 노림수와 김정은이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평양으로 18일 복귀한 시점에서 방러 결과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이후 크림반도를 포함하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18% 정도 점령하고 있다. 초기에 20%를 점령하였으나 서방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반격하여 일부를 탈환했다. 하지만 현재는 양측의 전선이 교착 상태에 있고 포격을 주고받는 상황 속에서 우크라이나가 추가 영토 회복을 노리고 크림대교 미사일 폭격과 흑해함대 함정 수리소인 세바스토폴 항구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곡물 수출 항구 오데사에 대한 포격전을 전개, 전쟁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러시아는 작년 6월부터 북한에 대하여 무기와 탄약 지원을 요구하였고, 금년 상반기에 북러 접경지에서 러시아로 가는 북한 무기의 운송 정황을 한미 당국이 포착하였다. 이는 금년 7월에 우크라이나군이 북한제 122㎜ 다연장 로켓 포탄을 압수한 사진을 통해 드러났다. 그리고 7월 말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하여 무기 거래 협정을 체결했고 9월 13일 양국 정상회담이 개최된 것이다.
이는 개전 이래 러시아가 1천만~1천100만 발의 포탄을 소진했고 올해 들어 700만 발을 소모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탄약 확보가 관건이었고, 북한의 무기체계가 T계열로 조달이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김정은은 잇단 위성발사 실패를 타개할 기술이 필요했던 바 양측의 필요와 이해관계가 맞물렸다.
◆러시아와 북한의 탄약-기술 이해관계가 맞물린 회담
이는 김정은이 대동한 수행원의 면모를 볼 때 확연하다. 김정은은 수행자 12명 중 절반을 군 핵심 관계자로 채웠다. 그는 군부 실권자 1, 2위자와 탄약을 담당하는 군수공업총책을 대동하였고, 해·공군사령관을 데리고 갔다. 김정은은 정찰위성, 핵추진잠수함, 첨단 전투기 기술 이전을 요구한 듯 귀로에 관련 시설이 있는 콤소몰스크나아무레 소재 수호이 폭격기 생산공장을 보았고, 블라디보스토크 잠수함 건조 조선소도 들렀다.
푸틴은 국제사회의 비난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의식하여 "유엔 안보리의 제재 틀 내에서 북러 안보협력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가장한 발언으로 식량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자, 오히려 김정은이 아직은 여유가 있다고 식량 지원을 거절하는 엇박자를 냈다. 미국과 유엔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행보에 비난과 의무 준수를 요구하자 푸틴은 핵심기술 지원 유보를 시사했고, 자국 로시야 1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지원에 일정한 제한이 있고 러시아는 이 제한을 준수한다"고 주장했다.
20일 개최 유엔총회를 고려한 발언이지만 유엔 제재 1874호(모든 무기 수출 금지)와 2270호(수리를 위한 무기 운송 금지), 그리고 2321호(대북 무역 금융 지원 금지)를 의식한 발언인데 러시아의 행동 양태로 보아 끝까지 준수할 것 같지는 않다.
◆북러는 국제 제재 난관과 비난 봉착, 중국의 대북 영향력 약화
미국은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벌어지는 무기 거래 수익을 차단하기 위한 대규모 금융거래 추적과 제재를 공언했다. 미 당국은 국제적 왕따에 지원을 구걸한다고 혹평하였고, 악마의 거래(Devils Deal)라고 비난하면서 강도 높게 비난하였다.
북러 정상이 만나 회담을 통해 북러 관계는 군사적, 전략적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였다. 주한 러시아대사관 실무자는 주요 협상이 위성 관련 부분이라고 밝혔지만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소형 원자로 기술이 북한에 이전될 경우 한미 당국은 수년 후 핵잠수함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이는 우리가 대비하고자 하는 북핵미사일 대응 3축 체계에 큰 구멍을 내는 사건이다.
푸틴과 김정은은 중국과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연합훈련에 북한을 참가시켜 정례화할 것을 합의했다. 한미일, 북중러 대결 전선에 신냉전체제가 구축되었고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관할 범위와 대응이 더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북러 밀착은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됨을 뜻하고 제재를 준수해야 하는 중국은 외교적 딜레마에 봉착할 가능성과 푸틴과 시진핑의 밀착을 가속화할 수 있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에이타킴스 미사일 지원을 승인했고 F35A 25대 한국 판매를 승인했다.
러시아가 북한을 찾은 이유는 역설적으로 중국이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소국인 북한에 무기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을 중국은 즐길지 모른다. 국제 왕따인 두 나라가 지금보다 더 심한 국제 제재를 받게 되면 러시아는 더 이상 중국과 대등한 나라가 될 수 없다. 러시아도 앞으로 중국에 안보·경제적으로 예속되는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북한이 핵잠수함을 보유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기술지원을 할지 현재까지는 미지수이다. 푸틴의 유보 발언에서 유추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 예측 불가한 북한이 핵잠수함을 갖는 것은 도전 요소이다. 러시아에 이런 점을 상기시켜서 속도 조절 내지는 기술적 제한을 두려고 할 것이다. 체제가 불안정한 북한에서 추적이 어려운 핵잠수함을 갖고 서방으로의 귀순이나 탈출이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북한의 이런 전략무기 보유는 오히려 동북아 정세 불안과 서방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중국은 북한의 핵잠수함 보유를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 은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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