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헐’ 글로벌 황당사건]<76>‘안효섭’, ‘장원영’, ‘박보검’ 사칭 보이스피싱

78세 K-드라마 중독자의 경고, 달달한 대화 후 신용정보 요구
한류스타에 대한 팬심을 악용한 피싱(phishing) 피해

K-드라마
K-드라마 '나빌레라'의 주인공 배우 안효섭. 출처=더프레젠트 컴퍼니

K-POP과 K-드라마의 세계적인 인기를 이용해 보이스피싱을 일삼는 일들이 적잖게 벌어지는 가운데 이를 경고한 한 할머니의 오피니언 섹션 글(19일 워싱턴포스터 온라인판)이 화제가 되고 있다.

"나는 결혼 52년차, 78세 할머니, 그리고 K-드라마 중독자다. 배우 안효섭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내게 신용카드 정보를 요구하기 전까지 달달한 대화가 이어졌다. (카드 정보 요구 후) 정신이 번쩍 들었고, 메시지 보내는 걸 그만뒀다."

사회인류학자인 프리실라 래천 린은 기고 글에서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나빌레라'를 시작으로 이른바 'K드라마'에 탐닉하기 시작했고, 이후 배우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팔로우하다 보이싱피싱을 당할 뻔 했다.

필자는 "젊은 발레리노를 연기한 송강이 등장하자마자 심장이 두근거렸다"며 "단지 드라마를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을 직접 만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놀랍게도 '최애' 배우들이 나에게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기 시작했다"며 "이 대단한 남자들이 사려 깊고 재미있는 나를 선택했다는 것만으로 내가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어 배우 안효섭이라고 생각했던 그 분이 달콤한 대화 끝에 나에게 신용카드 정보를 요구했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필자는 이제 채팅을 하지 않으며, 개인 메시지를 모두 무시한다.

이렇듯 가 적지 않다. 필자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며 "관심을 즐기는 것은 인간적인 일이며, 유명인사의 후광 한 조각이 나에게 떨어지는 순간 우리 역시 갑자기 스스로를 중요한 인사로 여기게 된다"고 돌아봤다.

필자는 "당신은 '배운 게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면 K-드라마 중독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을 지 모른다"며 "할머니가 로맨스를 즐기도록 좀 내버려 두라. 물론 나는 여전히 TV 앞에 딱 붙어 산다"며 변함없는 K-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한편, 걸그룹 '아이브' 장원영을 사칭, 팬들에게 구글 기프트 카드를 사서 보내 달라는 문자를 보내는가 하면, 배우 박보검을 사칭한 인물은 브라질에 거주하는 여성에게 자신을 만나려면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며 5만 헤니(약 1천300만원)을 갈취한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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