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불체포 특권 포기’ 대국민 약속 내팽개친 이재명의 본색

단식 19일째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된 뒤에도 '병상 단식'을 이어 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하루를 앞두고 "부결해 달라"는 취지의 호소를 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20일 오후 SNS를 통해 "명백히 불법 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검찰 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달라"고 했다.

이는 그동안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에 대해 이 대표가 국민에게 해 온 약속을 뒤집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약한 뒤 지난 6월 국회 대표 연설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했다. 지난달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에 앞서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 심사받겠다"고 했다. 이 모든 공언(公言)은 결국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한 단식도 결국은 구속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용납할 수 없는 국민 배신이다. 윤리 의식과 도덕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런 인사가 제1야당의 대표라는 현실이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하고 나선 것은 이번에는 구속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을 통해 일부 내용이 공개된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는 무려 142쪽에 달한다. 거기에는 이 대표의 범죄 혐의를 뒷받침하는 직간접 증거가 빼곡히 들어 있다고 한다. 이를 본 이 대표는 절망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대표의 호소를 민주당이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이다.

그대로 따른다면 민주당은 '잡범'이라는 표현이 틀리지 않는 당 대표를 법적 단죄에서 보호하려고 국회 다수 의석을 악용한 '방탄 정당'으로 전락하게 된다. 우리 헌정사의 씻을 수 없는 수치이다. 그 부끄러움과 국민의 지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민주당은 결단해야 한다. 당을 위해 이재명을 버릴 것인가. 이재명을 위해 당이 죽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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