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文의 9·19 자화자찬, 못 들어줄 궤변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또 "구시대적이고 대결적인 냉전 이념이 사회를 지배할 때 남북 관계가 파탄 나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고 했다. 9·19 합의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모두 국민의 인내력의 한계를 넘는 발언들이다. 국민의 판단력과 기억력을 우습게 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궤변이다. 염치를 안다면 이런 소리는 못 한다. 문재인 정권은 핵과 미사일로 남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폭력 집단이라는 북한의 실체를 '가짜 평화'로 가리려 했다. 그런 국민 기만에 앞장선 사람이 문 전 대통령 아닌가.

남북 관계는 지금 파탄 난 게 아니다. 대통령이 '삶은 소대가리' '특등 머저리' '미국산 앵무새' 등 모욕을 당하면서도 북한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던 문 정권 때의 남북 관계가 파탄이었다. 또 지금 '구시대적이고 대결적인 냉전 이념'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지도 않다. 문 정권이 무너뜨리려 했던 안보 의식과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재확립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는 게 정확하고 올바른 서술이다.

9·19 군사 합의 자화자찬은 더 가관이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부속 합의서로 체결된 9·19 합의에 대해 문 정권은 "사실상의 불가침 합의서"라며 대단한 성과인 양 떠들어댔지만 북한의 연속 도발로 빈껍데기가 된 지 오래다. 북한은 2019년 11월 서해 창린도 일대 해상완충구역에서 해안포를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무인기로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니기까지 모두 17차례나 합의를 위반했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은 9·19 합의 폐기론에 대해 "최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엉뚱한 소리를 한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잊히고 싶다"고 했다. 국민 울화 돋우는 궤변 늘어놓지 말고 그 말대로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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