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국민연금 개혁 논의

이명호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역본부장

이명호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역본부장
이명호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역본부장

국민연금 재정 계산은 재정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고 기금의 재정 상황을 5년마다 점검하는 것으로 1998년 국민연금법 개정 시 법제화됐다. 이후 2003년 제1차 재정 계산을 시작으로 올해 5차 재정 계산을 했고, 지난 3월에 제5차 재정 계산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를 살펴보면 2040년 1천775조 원의 기금을 최대로 적립하며 2041년에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 지급액이 많아져 기금이 적자 전환되고 2055년이 되면 적립된 기금이 소진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8년 4차 재정 계산에 비해 적자 시점은 1년, 기금 소진 시점은 2년 앞당겨진 것이다. 이렇게 재정 계산 시마다 기금의 적자 및 소진 시점이 당겨지다 보니 '1990년대생부터 국민연금을 못 받는다' 등의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 설명회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오해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기금이 소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기금 운용을 잘못해서 그렇지는 않다. 올해 6월 기준으로 공단은 767조 원의 보험료를 받아 319조 원을 연금 등으로 지출하고 535조 원의 운용 수익을 거뒀으니 기금 운용의 문제는 아니다.

결국은 적게 내고 많이 받기 때문이다. 제도 설계 초기인 1990년대는 기대여명 71.7세로 60세 이후 약 11.7년 연금을 수급하였던 것이 2020년에는 기대여명이 83.5세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재정 부담이 늘어난 부분이 주요 요인이다. 또한 낮은 보험료율도 한 요인인데 한국의 보험료율은 소득의 9%(소득대체율 31.2%)인 데 반해 우리와 소득대체율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보험료율은 18%(소득대체율 32.4%)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결국은 납부하는 보험료율을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낮추고 수급 연령을 늦추는 방법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재정계산위원회는 9월 1일 그간 논의한 내용을 정리해 현재 20대가 90세가 될 때까지 기금 적립금을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둔 시나리오를 공청회에서 논의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9%인 보험료를 15%로 인상하고, 연금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8세로 늦추며, 기금 투자 수익률을 1% 높일 경우 수지 적자가 일어나는 시점은 2083년, 기금 소진은 2093년 이후로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안은 확정된 안은 아니며 국회와 정부는 개혁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당장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보험료율을 올리고,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는 것에 대해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국민연금 제도가 후배 세대가 선배 세대를 부양하는 구조임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 재정의 소진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제도 개혁을 미루는 것은 선배 세대 또는 현세대가 그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금 개혁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매우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계속 늦출 수는 없다. 이제는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 제도를 바꾸어야 할 시점이다. 왜냐하면 현재 국민연금을 열심히 불입하고 있는 젊은 세대도 나중에는 연금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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