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치매국가책임제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지난 3일 경북에서 80대 치매 노인이 새벽에 집을 나갔다가 실종됐다. 휴대전화도 두고 갔다. 그 노인은 8일 만에 집 가까운 계곡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가슴 아픈 죽음이다. 연간 치매 환자 실종 신고가 1만 건이 넘는다. 초고령 사회 문턱에서 치매 환자 돌봄은 개인이 아닌, 국가의 과제다. 하나, 치매 환자의 안전망과 돌봄은 허술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치매 환자 실종 신고는 1만4천527건이다. 2018년(1만2천131건)보다 20% 증가한 수치다. 올해 6월 기준 5년 이상 장기 실종자는 89명. 경찰은 실종자 수색에 나서지만, 골든타임을 놓쳐 숨진 채 발견되는 치매 환자가 연평균 100여 명이다.

길 잃은 치매 환자를 위한 안전망 강화가 절실하다. 치매가 있으면 감정 변화가 생기고 언어능력, 기억력, 판단력, 시간·장소·사람을 알아보는 지남력(指南力)이 크게 떨어진다. 심각한 증상은 배회성이다. 집을 나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헤맨다. 밤중에 야산에 올라가 돌아다니기도 한다. 낙상과 날씨 변화에 따른 사고 위험이 높다.

치매 환자의 실종 예방과 구조에 유용한 수단들은 있다. 배회감지기, 치매 체크 앱 배회 감지 서비스, 치매안심센터 지문 사전등록제 등이다. 배회감지기는 위치 추적이 가능해 효과적이다. 치매 체크 앱 배회 감지 서비스는 치매 환자와 보호자의 스마트폰을 연동해 치매 환자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배회감지기 보급은 부족하다. 더 많은 예산이 지원돼야 한다. 치매 환자의 지문 사전 등록률도 저조하다. 지난해 기준 34.2%이다. 홍보 부족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선포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지자체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이다.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조기 발견과 의료비 지원의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치매 돌봄에 있어선 국가 역할이 미흡하다. 방문 요양이나 주간보호센터는 이용 시간에 제한이 있다. 요양 시설 입소도 쉽지 않다. 요양 등급을 받아도 적지 않은 돈을 부담해야 한다. 생업을 포기하고 가족이 직접 돌보는 경우도 많다. 치매국가책임제란 말이 무색하다. 어제(9월 21일)는 '치매 극복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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