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활동'이 가풍이 된 가족이 있다. 이 가족은 1992년부터 적십자에 가입,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자까지 무려 3대가 적십자를 통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30년간 적십자 봉사원으로 활동한 김영예(72) 씨 가족 이야기다.
김 씨 가족은 올해 5월 제 76회 세계 적십자의 날 기념식에서 '2023년 적십자 봉사명문가'로 선정됐다. 김 씨가 적십자를 통해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후 차량을 통해 물품을 실어나르던 남편 석용원(76) 씨도 적십자 봉사원이 됐고 그 옆에서 틈틈이 어머니를 돕던 아들 석정엽 씨와 며느리 채봉희 씨, 딸 석혜선 씨와 사위 박신홍 씨도 적십자 봉사원이 됐다. 적십자 노란조끼를 입고 할머니를 따라다니던 손자 석건우 씨는 올해 여름에는 수해로 피해를 본 경북 봉화군에 친구들을 데리고 달려가 수재민을 돕는 데 발벗고 나섰다.
"아들이 어릴 때 TV를 보다가 적십자 봉사활동 장면을 보고 '자녀가 성장하고 나면 봉사활동을 하리라'고 다짐했었다"는 김 씨는 적십자를 통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그 중 2005년 쯤 적십자봉사회 대구남구지구협의회장이 됐을 때 기획한 다문화가족 합동 결혼식은 온 가족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됐다. 남편인 석용원 씨가 비용이나 사람과 물건의 이동에 관한 일을 도와줬고 그 옆에서 자녀들도 함께 손을 거들었기 때문.
김 씨는 "당시 다문화가족 세 쌍을 결혼시키는 데 꽤 많은 비용이 필요했는데 그 부분을 남편이 많이 도와줬다"고 말했다. 남편인 석용원 씨는 "결혼하고 보니 아내 천성이 남을 돕고 더불어사는 걸 좋아하더라"며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이걸 왜 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내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니까'라는 답이 나왔다"고 말했다.
대를 이은 봉사활동은 특히 손자인 석건우 씨의 청소년기에 큰 영향을 줬다.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이 가치있음을 깨달았기 때문. 건우 씨는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때 할머니를 따라 어려운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같이 했었다"며 "도시락을 받은 어르신들이 '고맙다'는 말씀을 하실 때 '나의 삶도 가치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가족 중에는 김 씨 다음으로 가장 열정적으로 봉사활동에 임하고 있다. 수능이 끝난 다음날 김 씨에게 "봉사활동 일정 있으면 같이 가겠다"고 먼저 말할 정도였다고.
김영예 씨의 딸 석혜선 씨는 "결혼식을 올린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어머니를 친정어머니처럼 대하는 모습이 너무 기억에 남아있다"며 "앞으로 어머니를 이어받아 다문화가정을 돕거나 독거노인들의 칠순잔치 같은 이벤트를 열어보는 것도 고민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석용원·김영예 부부에서 시작해 3대가 이어지는 이 가족의 봉사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 씨는 "생이 다하는 날까지 힘이 있다면 이 활동을 지속하고 싶다"고 말했고, 손자 건우 씨는 "할머니의 뜻을 계속 이어나가는 게 앞으로 삶의 목표"라고 말했다. 석용원 씨는 "우리 가족이 사람들이 선행을 결심하는 데 표본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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