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떤가요] 빨간구두 아가씨 남일해…고향 대구 위해 '여기는 대구' 신곡 들고 돌아왔다

남일해 씨 인터뷰 "대구 대표 노래 없어 아쉬워"
신곡 '여기는 대구' 팔공산, 동성로, 금호강 명소 담아
삼성라이온즈·대구FC 경기 응원가로 사용됐으면…

23일 만난 남일해 씨. 배주현 기자
23일 만난 남일해 씨. 배주현 기자

'솔 솔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 똑 똑 똑 구두소리 어딜 가시나'

1960년대 전국적으로 빨강 열풍이 일었다. 가수 남일해 씨의 목소리를 타고 세상에 나온 노래 '빨간 구두 아가씨'가 대히트를 치면서다. 당시 여성들 사이에선 '빨간 구두'가 새로운 트렌드로 잡았고 전국적으로 빨간 구두 품절 현상까지 일어났다.

큰 인기에 힘입어 최근까지도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는 남일해 씨가 신곡과 함께 돌아왔다. 이번 노래는 유난히 지역색이 두드러진다. 바로 '대구'만을 위한 노래, '여기는 대구'다. 대구 출신으로 잘 알려진 남일해 씨가 빨간 구두 아가씨처럼 대구를 대표할 수 있는 노래를 또 한 번 유행시키고자 두 팔을 걷고 나섰다.

23일에 만난 남일해 씨. 배주현 기자
23일에 만난 남일해 씨. 배주현 기자

◆대구 대표 노래 없어…두 팔 걷은 남 씨

노래 '여기는 대구'의 탄생은 7개월 전 진행된 대구의 한 행사에서 시작됐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남일해 씨는 후배와 지인에게 "오랫동안 노래를 했으면서 정작 고향인 대구 노래는 왜 한 곡도 없느냐"는 하소연을 들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서울 서울 서울, 부산 갈매기, 대전 블루스, 이별의 인천항…심지어 대구보다 규모가 작은 경남 진주시를 대표하는 '진주라 천리길' 노래도 있는데 '대구'하면 딱 떠오르는 대표 노래가 없었다.

남 씨는 "후배들에게 야단맞고 고민하다 바로 서울로 올라가 김병결 작사가를 만나 대구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한 달 뒤 노래가 나왔다며 음원을 보내왔다. 마음에 쏙 들었다"라며 "성음 레코트 회사에서 신곡 제작을 맡아주겠다고 하면서 8월 '여기는 대구'가 최종 탄생했다"고 말했다.

대구 대표 노래답게 가사에는 대구의 명소들이 담겼다. '팔공산이 높았나 자존심 키웠다', '멋쟁이 다 모였다 동성로에서', '금호강이 맑았나 너도나도 닮았다' 등이다. 특히 대구 특유 사투리로 부르는 '됐나~ 됐다~'하는 부분은 노래에서 관객들의 떼창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점차 활기를 잃어가는 동성로에 안타까움을 느꼈다던 남 씨는 동성로 재부흥을 꿈꾸며 진심으로 노래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동성로가 죽어간다는 뉴스 소식에 마음이 아팠다. 동성로는 대구시내 중심지다. 동성로가 살아야 대구도 산다"라며 "동성로 활성화를 위해 노래 가사에도 동성로를 넣었다. '여기는 대구'로 동성로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23일 중구 향촌동에서 진행된
23일 중구 향촌동에서 진행된 '빨간구두아가씨 노랫말거리' 조형물 제막식. 배주현 기자

◆향촌동 수제화 거리에 남 씨 조형물도

1938년 대구 남산동에서 태어난 남일해 씨는 대구 중구와도 인연이 깊다. 중구청은 향촌동의 '수제화 거리'에 '빨간 구두' 이야기 콘텐츠를 입혀 매년 '빨간구두 이야기 축제'를 열어 남일해 씨를 초청했다.

올해는 남일해 씨의 콘텐츠 조형물이 이 거리에 들어섰다. 관광객에게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중구청은 기존 수제화골목 입구와 향촌수제화센터 앞 등에 빨간구두 아가씨 글이 새겨진 '빨간 구두' 모형과 남일해 씨의 핸드프린팅과 남일해 씨의 정보가 적힌 음표 모형을 세웠다.

23일 진행된 '제10회 빨간구두이야기 축제'에서 조형물 제막식에서 남일해 씨는 신곡 '여기는 대구'를 관객에게 선보였다. 그가 강조했던 관객 떼창 부분 '됐나~ 됐다' 부분에서 많은 관객들이 남 씨와 호흡을 맞춰 신나게 노래에 응답했다.

남 씨는 "대구 대건고를 졸업하고 스무 살 때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로 몰래 도망쳤다. 운이 좋게도 나화랑 작곡가를 만나면서 비의 탱고 등 유명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라며 "대구가 잊지 않고 나를 찾아주고 관련 조형물까지 만들어 주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여기는 대구'가 삼성라이온즈, 대구FC 등 대구 스포츠 경기의 응원가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노래가 대중화돼 많은 대구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노래 홍보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남 씨는 당분간 대구에서 생활하며 오르는 축제 무대에서는 꼭 '여기는 대구'를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남일해 씨는 "롯데자이언츠 응원가에는 '부산 갈매기'가 있고 기아타이거즈 응원가에도 '목포의 눈물'이 있다. 삼성라이온즈나 대구FC 경기 응원가로 '여기는 대구'가 사용되면 좋겠다"라며 "대구 시민들이 노래에 익숙해지도록 내가 노래를 열심히 부르고 다닐 것이다. 침체한 대구가 다시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여기는 대구'는 각종 음원사이트, 유튜브 등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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