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100개의 메트로놈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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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시(交響詩)라는 용어를 음악사전에서 찾아보면 '관현악에 의해 시적 혹은 회화적 내용을 표현하려는 것으로서, 표제음악의 일종'이라고 돼있으며, 프랑스어로는 '포엠 심포니크'라고 한다. 이 용어는 리스트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일종의 교향곡으로 대개는 1악장 형식이다. 사전적 정의를 따른다면 교향시는 다수의 현악기에 관악기, 타악기가 더해져 여러 가지 악기에 의한 합주다.

하지만 전혀 악기를 사용하지 않는 교향시가 있는데, 헝가리 출신으로 오스트리아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던 죄르지 리게티(1823-2006)의 '포엠 심포니크'다. 이 교향시는 악기 대신 100개의 메트로놈으로만 연주된다. 참고로 리게티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레오폴드 아우어의 조카다. 차이콥스키는 자신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아우어에게 헌정했으나, 그가 너무 어려워 연주하기가 불가능하다고 거부하는 바람에 헌정을 철회한 적이 있다.

본론으로 돌아와, 1962년에 작곡된 이 작품은 리게티가 2년간 플럭서스 운동에 빠져들면서 구상한 세 작품 중 마지막 작품이다. 플럭서스 운동의 대표적인 작가는 작고한 한국 출신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존 케이지, 그리고 비틀스의 일원이었던 존 레넌의 부인 오노 요코 등이다. 이들은 기존의 가치나 질서를 부정하고 비합리주의적 사고를 내세웠던 20세기 초기의 다다이즘 예술가들의 도발에 영향을 받아 이상한 공연작품과 반예술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리게티에 관한 기록을 참조해 보면, 그는 처음에는 전자음악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곧 전자음악에 환멸을 느끼고 기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 있어서 특징은 '유머'와 '터무니없음'인데, 이는 네오다다이스트적 감성이다. 개별적인 멜로디와 화성으로 음악을 만든다는 기존의 작곡 개념을 깨고, 그의 작곡은 한 무리의 소리를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에 집중한다.

'포엠 심포니크'의 연주 지침서에는 지휘자가 신호를 내리면 10명의 연주자가 각기 피라미드형의 구식 메트로놈 10개의 태엽을 완전히 감은 후 서로 다른 속도로 작동시키라고 돼있다. 마지막 메트로놈이 정지하기까지 15분 내외의 시간이 걸리는 실연 비디오를 들어 보면 거의 양철 지붕을 때리는 우박 소리나 방직공장의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 같다고 한다. 이 작품은 1963년에 젊은 작곡가들을 위한 축제였던 네덜란드의 가우데아무스 페스티벌 폐막 행사에서 초연됐으나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연의 내용을 잘 모르고 왔던 관객들은 생소한 작품에 거세게 항의했고, 이에 따라 다음 날 예정되었던 이 작품의 녹화방송은 축구 경기로 대체됐다고 한다.

1964년에 출판된 첫 악보(지침서)의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가미된 복잡하고 강박적이기까지 한 상세한 지시 사항은 설치 과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도록 함으로써 관객들의 분노를 샀다. 이에 리케티는 1984년에 실현 과정을 간소화한 두 번째 버전을 만들면서 "포엠 심포니크는… 인내심을 가지고 느긋하게 들어야 하며, 리듬 패턴의 점진적인 변화 과정에 익숙해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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