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신공항 화물터미널, 자중지란은 안 된다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대구경북신공항에 들어설 화물터미널 입지를 놓고 대구와 경북 간에 갈등이 커질 조짐을 보여 우려스럽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은 "공항 물류단지가 예정된 의성에 화물터미널이 배치돼야 한다"며 "대구시는 지금까지 의성군과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일방적 시설 배치를 하고 발표하면서 상호 신뢰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대구시가 "화물터미널은 군위에 두고 나머지 연관된 항공물류시설은 의성군에 집중하는 것이 공동합의문의 기본 원칙"이라는 입장 발표에 따른 대응이다. 급기야 의성군은 "화물터미널을 의성에 배치하지 않으면 공항 추진은 어렵다"며 초강수로 맞서는 상황이다.

2020년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작성한 공동합의문에는 항공물류·항공정비산업단지를 의성군에 조성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의성군은 항공화물을 규격화된 용기에 담는 작업을 하는 화물터미널이 항공물류단지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고, 대구시는 당초 합의문에 화물터미널이라는 용어가 명시되지 않았고 화물터미널은 민항시설이 있는 군위에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물터미널 입지 논란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장호 구미시장의 설전(舌戰)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군위(대구)와 의성(경북) 문제에 말을 아껴 온 이 지사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의성 편을 들었다. 그는 가야고분군 세계문화유산 등재 행사를 마치고 귀국길에 인천공항을 살펴보면서 항공물류단지와 화물터미널은 인접해 있어야 효율적이라고 피력한 것.

다음 날 구미시장도 거들었다. 경북도 신공항추진TF 반장을 했던 당시를 되살리며 "민간공항 터미널은 군위에, 항공물류 관련 시설은 의성에 균형적으로 안배하는 것이 합의문의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여객, 화물터미널 모두를 대구(군위)에 두겠다는 것은 이에 벗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홍 시장은 "구미시장이 되자마자 상수원 이전 협약을 깨 버리더니 이번엔 신공항 물류단지를 구미에 설치하겠다고 하면서 의성을 자극하고 분탕질한다"며 "분별없이 끼어들지 말고 그 입 좀 닫아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에 김 시장도 "어느 일방이 독식하겠다는 것은 신공항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대구경북 전체 공동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대구시장과 구미시장의 이러한 언쟁은 지난해 취수원 이전에 대한 '구미 패싱'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미는 신공항과의 직선거리가 10㎞ 정도로 활주로 방향에 의해 구미 해평면, 산동읍 쪽엔 군용 항공기 소음 피해 문제도 잠복되어 있다. 자칫 대구경북 단체장들 간의 감정적 갈등이 격화된다면 이면의 문제들까지 수면 위로 돌출될 수 있다.

신공항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대구경북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은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지방공항을 아직도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 여기는 수도권 일극주의자들에게 빌미만 줄 뿐이다. 15년 만에 여야 합의로 뜻을 모은 '달빛철도 특별법'조차 돈 낭비라고 치부하지 않던가. 수도권 GTX(광역 급행철도망)는 예타 면제를 추진하면서 영호남 상생 균형발전을 경제성 하나로만 흔들어 댄다.

대구경북 100년 미래가 걸린 신공항을 잘 만들어야 한다. 작금의 갈등을 놓고 지역 경제계 등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대구와 구미를 비롯한 경북은 불가분의 공동체 관계임이 분명하다. 부디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큰 그림을 바라보면서 머리를 맞대어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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