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싸도 너무 비싸” 내릴 기미 없는 휴게소 음식값에 도시락 싸는 귀성객들

휴게소 음식값 최근 2년새 11% 넘게 올라
떡꼬치 4천208원, 돈가스 1만319원...귀성객 '울상'
대책은 제자리걸음...수수료 체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6일 경북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 음식 가격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6일 경북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 음식 가격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 25일 오전 11시쯤 찾은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부산방향) 식당의 모습. 박성현 기자
지난 25일 오전 11시쯤 찾은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부산방향) 식당의 모습. 박성현 기자

최근 업무 중에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 들린 A씨는 가격표를 보고 금세 마음을 접었다.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기 위해 들른 곳이었지만 돈가스 하나가 1만원을 넘는 등 가격이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원하는 반찬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자율식당' 역시 밥과 국, 반찬 3가지를 고르니 1만5천원이 족히 넘었다.

지난 25일 오전 11시쯤 찾은 칠곡휴게소(부산방향)에는 A씨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게소 식당에는 빈자리가 대부분이었고, 키오스크 앞에서 음식 가격을 확인하고는 다시 식당을 나가는 이들도 있었다. 화물기사 일을 하고 있는 50대 김광석 씨는 "음식값이 부담돼 가장 저렴한 라면, 우동 외에 다른 메뉴는 꿈도 못 꾼다"고 했다.

비싼 가격에 비해 음식의 맛과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영업직에 종사하고 있는 이종민(27) 씨는 "칠곡휴게소 자율식당의 경우 김치 등 밑반찬도 다 가격을 매겨 한번 먹을 때 1만7천원 정도 드는데 일반 기사 식당에서 먹는 7천원짜리 백반보다 맛과 질이 떨어진다"며 "휴게소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운송업 등 생계형 근로자가 대다수인 만큼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휴게소 음식이 최근 2년간 11% 넘게 오르면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배를 채우려는 시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고속도로 음식값 인하를 추진 중인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1년 넘게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휴게소 운영업체와 입점 매장 간 수수료율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8월 기준 휴게소 매출 상위 10종 평균 판매가는 6천304원으로 2021년 동월 대비 11.2%(634원)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떡꼬치가 2021년 3천550원에서 올해 4천208원으로 오르면서 가장 높은 18.5%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 밖에 핫도그 16.8%(3천804원→4천443원), 돈가스 14.9%(8천984원→1만319원), 우동 11.4%(5884원→6553원), 라면 9.9%(4467원→4911원) 등 대부분의 먹거리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휴게소 음식값이 오르자 도시락이나 간식 등 미리 음식을 준비해 귀성길에 나서겠다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명절에 승용차를 타고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오는 이성숙(32) 씨는 "원래는 중간에 휴게소에 들려 식사를 하곤 하지만 워낙 가격이 비싼 탓에 집에서 김밥이나 컵라면을 챙겨 귀성길에 오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밥값 거품' 논란을 언급하며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값을 인하하는 방안을 도로공사에 제안했으나, 당시 도로공사 측이 반대했다. 영업이익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후 도로공사는 밥값 인하 TF를 꾸리긴 했으나 여전히 관련 대책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도로공사가 휴게소 운영업체로부터 받는 임대료율은 2021년 기준 매출액의 9% 정도지만, 운영업체가 입점매장으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은 평균 3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수료 체계부터 바꿔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1만원짜리 돈가스를 팔면 4천100원이 휴게소 운영업체 수수료다. 이 중 2천원이 한국도로공사에 귀속되는데, 도로공사 퇴직자 단체인 '도성회'도 자회사를 통해 운영업체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1휴게소 1명품 먹거리', '휴게소 간식꾸러미'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음식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식자재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 안정화도 추진 중"이라며 "전문가들로 구성된 '휴게시설 혁신 TF'을 통해 지속적으로 휴게소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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