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주제의 비엔날레가 펼쳐진다. 지난 1일 청주공예비엔날레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7일에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막을 올린 데 이어 21일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2일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시작됐다.
◆사진 본연의 힘 조명
'다시, 사진으로! 사진의 영원한 힘'을 주제로 하는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오는 11월 5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이번 사진비엔날레는 기후, 재난, 이주, 소수자, 여성 등 유행하는 거대 담론을 벗어나 사진 매체의 고유한 특성과 힘을 다룬다.
전시실을 ▷증언의 힘 ▷빛을 기록하는 힘 ▷순간 포착의 힘 ▷시간을 기록하는 힘 ▷반복과 비교의 힘 ▷시점의 힘 ▷확대의 힘 ▷연출의 힘 ▷변형의 힘 ▷관계의 힘 등 10개의 소주제로 구성해, 사진 매체의 힘이 동시대 시각예술에서 어떤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초대전인 '대구사진사 시리즈'에서는 대구 사진의 힘을, 광복과 전쟁을 거쳐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사진가, 사진단체, 사진사 연표를 통해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포토북 페스티벌에서는 참여 작가들의 포토북과 다양한 사진 아카이빙 작업을 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전시와 행사도 마련됐다. 대구 시내 곳곳에서는 영아티스트 사진전, 프린지 포토페스티벌, 장롱속 사진전 등 전문가와 아마추어 일반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펼쳐지며 다채롭고 참신한 주제들을 다룬 사진강연 워크숍도 열린다.
박상우 대구사진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은 "사진의 본고장인 대구에서, 첨단 이미지 기술의 도래로 약해지고 있다고 여겨진 사진 본래의 예술적 힘과 에너지를 재발견하는 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말했다.
◆공예와 수묵의 매력에 흠뻑
청주 문화제조창 본관에서 10월 15일까지 이어지는 청주공예비엔날레는 57개국 251명의 작가가 참여해 3천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의 주제는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 팬데믹을 겪으면서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문명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을 위한 물건을 만드는 것을 넘어 공예가 나아가야 할 미래 지형도를 그린다.
특히 '공예가 인간중심주의를 강화하고, 천연자원의 남획에 일조해오지는 않았을까'라는 반성에서 출발한 이번 비엔날레는 '생명애(Biophilia)'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공예정신을 5가지 서사로 펼쳐보인다.
또한 국내외 공예 관련 석학들의 담론의 장 '크라프트 서밋'과 7개국 13명 작가가 참여하는 '국제공예워크숍', 공예 체험 '어린이 비엔날레', 전시·공연·마켓 등이 릴레이로 펼쳐지는 '어마어마 페스티벌'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10월 31일까지 목포문화예술회관과 진도향토문화회관 등에서 열린다.
이번 수묵비엔날레는 '물드는 산, 멈춰선 물-숭고한 조화 속에서'라는 주제로 세계 20여 개국 190여 명의 작가가 서양화, 조각, 설치미술,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350여 점을 선보인다.
본전시가 마련된 목포, 진도를 비롯해 순천과 광양, 해남에서 특별 전시가 열리며 작가와의 대화, 수묵콘서트 등 수묵의 보편성과 대중성을 이끌어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특히 4대가 함께하는 비엔날레를 위해 '대학수묵제', '어린이수묵제'도 개최해 할아버지·할머니부터 손자까지 즐길 수 있는 비엔날레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경험과 기회의 장 활짝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11월 7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 지역 곳곳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Meet Design(디자인을 만나다)'. 예술과 차별화된 디자인, 어려움과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살리는 '디자인의 가치'에 충실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본전시를 비롯해 특별전 4개, 연계·기념전 5개 등 10개의 디자인 전시가 마련됐으며 국제학술행사와 디자인 체험·교육 및 시민 참여 프로그램,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디자인 마켓 등으로 꾸며졌다.
50여 개국에서 LG전자, 르노코리아 등 195개 기업을 비롯해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무라타 치아키, 김현선, 이이남 등 855명의 국내외 디자이너와 작가, 학생 등이 참여해 2천718점에 이르는 다양한 전시 콘텐츠를 선보인다.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11월 19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과 서울역사박물관, SeMA벙커, 소공스페이스, 스페이스mm과 서울로미디어캔버스 등 5개 전시장에서 열린다.
'이것 역시 지도'(This Too, Is A Map)를 주제로 하는 이번 비엔날레는 역사와 지식을 매핑하는 전 세계의 예술가 40명(팀)의 작품 61점을 공개하고, 서구중심주의 인식론과 세계관 밖에 존재하는 네트워크, 움직임, 이야기, 정체성과 언어를 소개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오늘날 전지구적 상황에 따라 초국가적이고 초국지적인 동시대 변위의 상태를 도식화하며, 고정형의 체제를 거스르는 동시대적 움직임에 주목한다.
특히 국가나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한자리에서 각축전을 벌이는 기존의 비엔날레 문법을 지양하고, 초국가적 삶의 태도와 '문화적 혼종'을 통해 동시대의 변화와 움직임을 보여준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비엔날레는 동시대의 여러 이동과 움직임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일종의 세계 지도"라며 "서구식 세계관이나 가치관을 벗어나 현재의 세계 풍경을 구성하는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배경을 탐구하며 가변적인 개념이나 코드화된 재현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는 오늘날의 네트워크, 이야기, 정체성과 언어를 파악하는데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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