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근로자회관이 단순히 문제해결의 공간뿐만 아니라 이주민‧난민들과 생로병사,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삶'을 나누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반세기 동안 소외된 이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됐던 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이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이 주최하는 제35회 아산상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가톨릭근로자회관을 이끄는 이관홍 신부는 "이주민들과 난민에 대해서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시는 분들 덕분"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가톨릭근로자회관은 1970년 선교사로 파견된 오스트리아 그라츠 교구 소속의 박기홍(본명 요셉 플라츠‧1932~2004년) 신부에 의해서 1975년 5월 설립됐다. 당시 박 신부는 열악했던 한국 노동자들의 현실을 마주하고 그들의 복지를 위해 본국인 오스트리아의 가톨릭 '부인회'와 독일 사회복지회 '미제레올(Misereor)'의 도움으로 1973년 영남 노동교육원과 1975년 현재의 가톨릭근로자회관을 개관했다.
이후 48년간 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은 이 땅에 소외된 사람들에게 소중한 보금자리로 자리매김했다. 근로자 권익이 보호받지 못하던 1970년대에는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 교육, 노동대학 강좌, 노동법 교실 등 근로자를 위한 다양한 교육문화 활동에 힘썼다. 1990년대에는 산업연수생제도로 들어온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산업재해와 임금체불 등에 시달리자 무료 법률상담소와 진료소 등을 운영했다.
여성에게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언어‧문화적 차이로 한국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해 한국어 교실을 열었고, 이후 난민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난민 문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관홍 신부와 가톨릭근로자회관의 인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학교에 다니던 그는 봉사활동으로 회관을 처음 방문했다. 그때 이주민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모습이 그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이후 이주민들을 위한 사목(성직자가 신도가 구원받도록 이끄는 행위)을 하고 싶었고, 2008년부터 3년간 필리핀에서 유학 후 국내로 돌아와 2015년 1월 부대표를 거쳐 2017년 1월부터 지금까지 대표직을 맡고 있다.
그런 그의 주된 관심사는 '난민'이다. 2018년 제주도에 예멘 난민들이 유입되면서 한국 사회에서 난민이 이슈로 떠올랐고 이 신부도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난민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는 "회관을 찾는 사람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당시 사회 안에서 가장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그런 위치에 있는 이들이 난민인 것 같다"며 "인종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한국 사회에서 차별을 많이 받고 있는데, 저희만큼은 의심이나 편견, 혐오 없이 그들을 환대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톨릭근로자회관이 돌보는 난민 가정은 40가구로 200명 규모다.
이 신부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이주노동자 사망과 관련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이주민과 난민들이 한국 사회와 경제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는 만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포용해 줬으면 하는 바람도 간절하게 드러냈다.
이관홍 신부는 "회관이 더 많은 지원과 쾌적한 환경을 이민자‧난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오는 27일 기공식을 열고 새 건물 착공에 들어간다"며 "앞으로도 초기 설립 취지와 존재 이유를 계속 떠올리며 우리 사회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인간다운 삶과 더 나은 삶을 위한 동반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35회 아산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23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열린다. 총 6개 부문 수상자 16명(단체 포함)에게 9억6천만원의 상금이 수여되며 가톨릭근로자회관에는 3억 원이 주어진다.
아산 의료봉사상 수상자로는 베트남 농촌 지역에서 2001년부터 소외 지역주민을 진료해온 우석정 베베트남 긴 안 세계로병원 원장이, 사회봉사상 수상자로는 35년간 위기 아동을 지원해 온 이정아 물푸레나무 청소년공동체 대표가 각각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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