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보료율 7년 만에 동결…"건보 재정, 경제 여건 고려"

직장가입자 건보료율 올해와 같은 7.09%…보장성 약화 우려도

[그래픽] 건강보험료율 추이.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이하 건보료율)을 동결하기로 했다. 건보료율이 동결된 것은 지난 2017년도 이후 7년 만이며, 2009년을 포함해 역대 3번째다.

보건복지부는 26일 건강보험 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2024년도 건보료율 동결안을 확정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여건이 비교적 안정적이다"며 "최근 물가, 금리 등으로 어려운 국민경제 여건을 고려해 건보료율을 동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은 올해와 같은 7.09%며,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은 208.4원으로 올해와 같다. 월평균 건보료는 직장 가입자 14만6천712원, 지역 가입자 10만7천441원 수준이다.

건보료율은 ▷2018년 2.04% ▷2019년 3.49% ▷2020년 3.2% ▷2021년 2.89% ▷2022년 1.89% ▷2023년 1.49% 등으로 인상폭은 줄었지만 꾸준히 상승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4일 '하반기 경제정책'을 발표하면서 국민 부담을 감안해 내년도 건보료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건강보험 준비금은 지난해 연말 기준 23조8천701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3~4개월분 급여비에 해당한다. 지난해 건보재정은 3조6천291억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건보료율을 동결하면 장기적으로는 재정 운영이 어려워지고, 보장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면 향후 건보료율을 가파르게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하반기 중 발표할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년)을 통해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꾸준히 개선해 간다는 계획이다.

건정심 위원장인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국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소중한 보험료가 낭비와 누수 없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건강보험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건보료율 동결 결정에 대해 시민단체는 환영하는 동시에 국고지원을 통해 보장성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4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건강보험에 지급해야 할 법정 지원금의 미지급금이 32조원에 이른다"며 "보장성을 줄일 것이 아니라 미지급금부터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