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2시쯤 찾은 중구 남산동의 명덕역 네거리 인근 대로에는 악기를 파는 악기사의 모습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경북여자고등학교 뒷편의 한 작은 골목길에는 악기사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곳은 악기사들이 모여 있어 소위 '악기사 골목'이라고 불리는 곳이지만, 공실로 남겨졌거나 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들이 속속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수 십 년 간 악기사를 운영한 이들의 말에 의하면, '악기사 골목'은 약 3~40년 전부터 탄생했다. 음악인들은 당시에도 대구의 중심인 이곳에 악기를 구매하기 위해 찾았고, 그것이 점점 학대돼 '악기사 골목'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것이다.
30년 전부터 가게를 연 정기호 세기음향·악기 대표는 "음악인들은 예전에 이곳을 찾아 악기를 구매하거나, 지금의 '버스킹'과 같은 공연을 하곤 했다. 음악인들의 집결지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며 "또 근처에는 요정(料亭)이 정말 많았다. 요정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악기사 거리를 찾아 놀기도 하는 등 당시에는 정말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3~4개의 악기사들만이 모여있었지만, 그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수 십개의 악기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리고 음악인들 사이에서 '악기사 골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고, 이가 유명해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악기사 거리'에 찾는 사람이 적어지면서 그 명성이나 실속이 예전만 못하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거리 내 악기사 대표들은 이에 대해 여러 의견을 냈지만, 가장 큰 이유로 '온라인 시장 활성화'를 꼽았다.
40년 째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동호 낙원 악기사 대표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구매를 많이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프라인인 악기사 거리는 죽은 것 같다. 경제 침체, 비싼 악기 가격, 음악 시장 축소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매매'다"며 "대부분 이곳에서 수 십 년 넘게 장사한 이들만이 남아있고, 신규 유입된 사장님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갔다. 살아남기 위해 수익률이 낮은 '악기'보다는 '음향 기계'에 초점을 맞춰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들도 많다"고 했다.
악기사 거리 사장들은 이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악기 상인회'를 조직해 대구시에서 하는 전통시장진흥재단 공모 사업에 뛰어들었다. 남명호 남산동 악기 상인회 총무는 "지난해 정식 법인으로 등록을 한 후, 시로부터 소정의 지원금을 받았다. 그것으로 입간판을 제작해 홍보를 하는 등 사업적으로 여러 구상을 하고 있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악기 거리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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