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호의 수몰선 내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삶의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수위가 높아지면서 경작 농작물이 침수 피해를 입는가 하면, 수몰 위험이 낮은 일부 마을은 주택 개량 등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최근 잦은 비로 안동호 저수율은 25일 현재 88.3%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을 뜻하는 유효 저수율은 90.3%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저수율을 기록했다.
'수몰선'(水沒線)은 호수 물이 만수위, 저수율 100%일때 물에 잠기는 '댐 저수구역 내'를 말하며 수자원공사 소유의 하천부지다.

◆채소밭 물에 잠겼지만 '수몰선' 안이라 하소연 못해
161.7m의 만수위 시 12억5천만 톤(t)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안동호에 11억200만t으로 역대 두 번째 많은 물이 들어차면서 호수와 인접한 경작지들이 물에 잠겼다.
지난 25일 안동호 최상류인 도산면 원천리 일대는 마을 앞까지 물이 차오르면서 가을 수확철을 앞둔 배추와 무 등 채소밭들이 쑥대밭이 됐다.
원천리 본 마을과 내살미 마을 앞으로 펼쳐진 넓은 채소밭도 물 속에 잠겨버렸다. 육사문학관 주변 경관개선사업으로 시행한 주차장과 코스모스 경관단지도 물에 잠겼다.
하지만 피해 농민들은 어디에 하소연도 못한 채 한해 농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 무단 경작이든 허가를 받아 경작했던지 침수 등을 입게될 농작물 피해에 대한 보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동호 주변에는 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에 경작허가를 받아 농사를 짓는 농경지가 120건에 52만4천여㎡에 이른다. 허가받지 않고 무단점유해 농작물을 경작하고 있는 사례도 279건에 76만8천여㎡나 된다.
농민 A씨는 "경작허가를 받은 농민들에게는 물을 가둘 때 문자 통보라도 해주면, 덜 자란 농작물이라도 수확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덜 입을 수 있을 텐데"라며 하소연했다.
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 관계자는 "수몰선 내 경작지 절반 이상이 물에 잠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이전부터 경작허가해온 땅을 제외하고 추가 경작을 금지하고 있다"며 "올해처럼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 경우 난감하다"고 했다.

◆'수몰선'까지 물 들어찬 적 없어 하천부지 양성화 요구
안동댐이 들어서면서 마땅히 갈 곳없는 수몰민들은 안동댐 인근 곳곳의 하천부지에 이주단지를 조성해 살아오고 있다.
하지만 이주단지 마을 앞으로 도로가 새로 개설되고, 학교가 들어섰지만 마을 전체가 하천부지여서 불법주택에 살면서 재산권 행사도, 주택 증·개축도 못하고 있다.
도산면 하계마을 11가구와 도산면 원천마을 8가구는 대표적 하천부지 이주마을이다. 역대급 저수율을 기록하는 최근에도 이 마을들은 호수 물이 마을을 위협하지 않는 위치에 들어서 있다.
하계마을은 경술년 국치를 당하자 가장 먼저 단식에 들어가 24일 만에 순절해 전국 유림과 선비들의 자정순국 도화선이 됐던 향산 이만도 선생을 비롯해 25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우리나라 대표적 호국충절의 마을이다.
원천마을은 육사 이원록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이들 마을에는 퇴계 손자인 동암 이영도 선생의 종택인 '수졸당'(守拙堂·경상북도 민속자료 제130호)과 조선 후기 문신인 이만유의 집인 '목재고택'(穆齋古宅) 등 문화재와 고택들이 그대로 있다.
주민들은 수십 년째 살아온 건물인 만큼 양성화를 통해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수리해 마을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 측은 하천부지의 판매절차가 복잡하고 수몰선보다 지대가 낮다는 이유로 양성화를 거부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 관계자는 "기상이변이 잦은 시대에 최악의 홍수에 대비해 '수몰선' 기준을 지켜야 한다"며 "하천부지 양성화는 환경부 등 여러부처가 나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