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센터와 함께하는 마지막 명절은 아니겠죠"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존폐 위기

내년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책정 예산 '0원' 사실상 폐지 수순
외국인 인력 확대 시 지역 정착 지원 기관 역할 필요해 '반대 서명' 운동 전개

지난 24일 오후 대구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주말을 맞아 센터를 방문한 외국인노동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정우태 기자
지난 24일 오후 대구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주말을 맞아 센터를 방문한 외국인노동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정우태 기자
지난 24일 대구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수강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정우태 기자
지난 24일 대구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수강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정우태 기자

지난 24일 오후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위치한 '대구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주말을 맞아 상담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로 붐볐다. 다만 명절 연휴를 앞두고 기대에 찬 모습이 아닌 다소 차분한 분위기였다.

최근 정부가 내년도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을 '0원'으로 책정하면서 내년부터 기관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센터에서 명절 인사를 나누는 일이 마지막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선다는 반응이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노동자 파루흐씨는 "2013년부터 대구에서 근무하고 있다. 매주 주말이면 센터를 찾아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일이 있는데, 그때도 센터에서 지원을 해줬다. 본국에서 온 동료들과 함께 센터를 찾는 게 위안이 됐는데, 센터 폐지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이 크다"고 했다.

이날 센터 내 마련된 교실에서는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서로 다른 국적을 지니고 있으나 한국어를 배우고 익히겠다는 마음으로 한 교실에 모였다. 대구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매주 주말마다 한국어교실 5개 반을 운영 중이다. 한켠에서는 노무사를 초청해 외국인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관련 법과 제도에 관한 강연을 마련하기도 했다.

미얀마 출신인 비표아웅씨는 10년 전 한국으로 이주해 한국어 실력을 쌓아 이제는 통역 관련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영천에서 근무 중이고 일요일이면 꼭 센터를 찾아 통역 봉사를 하고 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처음엔 누구나 적응이 힘들다. 센터에서 한국어 수업을 들으며 언어 능력을 높인 덕분에 한국에 정착할 수 있었다"면서 "내년에도 센터에서 명절 인사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문화·언어의 장벅으로 한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근로자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고충 상담, 갈등 중재, 한국어 교육, 문화 교류의 장 마련, 생활·법률·직업 관련 정보 제공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4년 12월 국내 첫 센터가 개소했고 대구지역 센터는 2010년 설립됐다.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인력난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는 외국인 인력 수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내년 외국인력 도입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인 12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폐지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인근로자가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지역에 정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혜영 대구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운영·교육팀장은 "직원들의 거취도 불분명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센터가 없어진다는 말에 '이제 어디서 뭘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마음이 아팠다.외국인들이 먼저 나서서 폐지 반대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센터를 운영하면서 한 사람의 주민으로 자리를 잡는 데 도움을 주는 데 최선을 다 했다. 센터 폐지로 실질적 피해를 보는 건 외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했다.

김덕환 대구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장은 "외국인근로자들은 고립감을 느끼기 쉽고 부당한 행위에 대처가 미숙할수밖에 없다"면서 "단순한 지원을 넘어 한국이라는 국가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민간 외교관'이 된다는 자부심으로 직원들 한 사람, 한 사람 노력해왔다. 외국인 인력 도입 확대된다면 센터가 수행하는 역할의 중요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경북지역 외국인노동자들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폐지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다. 현재(27일 기준) 서명 인원은 2천432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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