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국감인가? 갑질인가?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국회 국정감사가 닥치면 기업의 대관(對官) 업무 담당자는 초긴장 상태로 빠져든다. 기자가 국회를 출입할 때 이 무렵 이들을 만나면서 목격했던 장면이기도 하다. 국회가 국감 때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 출석을 요구하는 탓이다. 특별한 사안이 없는데도 증인·참고인 대상이 되면 대관 담당자 얼굴은 사색이 된다. "그것도 못 막고 도대체 뭐 했느냐"는 윗사람 질책이 두렵기 때문일 터.

올해도 낯빛이 어두운 기업 담당자들이 대거 쏟아질 전망이다. 국회 각 상임위가 무더기 출석 요구를 할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주요 기업 총수 소환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재가입 건과 관련, 4대 그룹 총수 이름도 오르내리는 중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출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4대 그룹은 2017년 국정 농단 사태 때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탈바꿈하면서 다시 회원사가 됐고 야권은 이를 따져 묻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자율 모금으로 걷히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실적 저조를 문제 삼아 4대 그룹과 함께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여러 그룹 회장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한중 FTA 국회 비준 당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기획된 기금인데 이 기금이 목표 금액보다 턱없이 부족하게 걷힌 데 대해 기업들의 역할 미비를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신뢰도가 워낙 낮다 보니 국감도 매년 여론의 비판 도마 위에 올랐다. '슈퍼 갑질 국감' '호통 국감' 등의 오명도 따라다녔다. 올해처럼 기업 환경이 어려울 때는 국회도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세금 내고 일자리까지 만드는 기업인들인데 이렇게 막 대해서는 안 된다. 입법권자이자 국정감사권자인 국회는 증인 채택 시 안건 관련성을 치밀하게 검증, 무분별한 증인 채택을 지양하는 등 '국정감사 가이드라인'을 재정립해야 한다. 누가 봐도 지금 방식은 막무가내에다 우격다짐이라는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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