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앞뒤 안 맞는 논리로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한 법원

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등을 종합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구속하지 않으면 증거를 인멸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피의자는 없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지 않은 피의자도 없다. 이 대표에 대한 영장 기각 사유대로라면 앞으로 현행범이 아닌 이상 구속 수사를 받아야 할 피의자는 없을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한 1차 국회 체포동의안은 올해 2월 27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그러자 '방탄 국회' 논란이 더욱 가열됐고, 이 대표는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말뿐이었다. '백현동 특혜·불법 대북 송금' 등으로 검찰의 2차 구속영장 청구 일정이 구체화되자 '체포동의안 부결 호소용 단식'에 돌입했다. 그러나 더 이상 '방탄 국회'를 용납할 수 없다는 민의가 분출하면서 그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그럼에도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국회의원 특권을 지켜준 셈이 되고 말았다.

이번 영장실질심사에서 판사는 "(검사 사칭 관련)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대표 혐의와 관련 있는 종범들이 줄줄이 구속돼 있다. 당내 의원들이 수사하는 검찰을 압박하고, 이 대표 주변 인물들이 대북 송금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진술에 개입한 정황도 발견됐다. 영장 전담 판사도 그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판사는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기에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를 폈다. 피의자가 정당 대표로서 권한을 휘두르기에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원들이 나서서 검찰을 압박하고, 증인 진술에 개입하고 있는데, 정당 대표이기에 증거인멸 염려가 없단다. 납득하기 힘든 현실 인식 체계라고 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개인 범죄 혐의를 둘러싼 논란들이 1년이 넘도록 대한민국 정치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국가적 난제나 삼엄한 국제 상황에서 민주당은 오직 당 대표 한 사람 지키기에 올인했다.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그 꼴을 봐 줄 수 없다는데, 법원이 그 꼴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법원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구속영장 기각을 놓고 법원이 법과 형평성에 충실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강성 팬덤을 거느린 정치인이자 원내 제1정당 대표인 권력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평가가 합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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