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은 언제나 고민의 연속이고, 내가 가고 있는 방향에 의문을 가질 때도 많았습니다. 수상의 기회가 지금까지 해온 것에 대한 작은 인정처럼 느껴져서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이 큽니다."
최근 대구 동구의 작업실에서 만난 이승희(35) 작가는 제1회 삼보미술상 수상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삼보미술상은 삼보문화재단이 지역의 우수 작가 발굴과 창작 지원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만든 상이다.
그는 "설치 작업을 해왔기에 작품을 판매해본 경험도 거의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좋아하는 작업들이지만 공모를 통해, 또는 사비를 많이 들여야 하기에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 컸었는데 이번 상이 많은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작가의 작업은 항상 사회 문제나 이슈와 맞닿아 있다. 대학 때 '정치 미학' 수업을 들으며 미술의 사회적 역할이나 발언에 대해 큰 흥미를 느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시작된 작업에 대한 진지한 생각은 영남대 회화과 졸업 후 동대학원을 다니다 영국 런던 유학길에 올라서도 이어졌다.
그는 "2016년 세월호 참사, 2017년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 참사를 보고 애도하는 마음을 담아 천칭 형태의 작품을 만들었다. 한쪽에는 우리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저울에 매달고, 다른 한쪽에는 관람객들이 국화꽃을 놓을 수 있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꽃이 시들면 평행이었던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며 영상의 초점이 흐려지게 되는 작업이었는데, 잃어버린 많은 희생자들의 일상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021갤러리 단체전에서 선보인 작품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은 빨강, 파랑으로 대표되는 색의 로고나 픽토그램을 색안경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온 고정관념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에 어느날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왜 그런걸 불편하게, 다르게 보냐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 않나. 왜 다르게 생각하는게 불편한 사회가 됐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작품이 곧 내 생각을 얘기하고, 상대의 생각을 물어보는 매개체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획일화되고 편한 것을 선택하는 삶에 익숙해진 듯 하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사고(思考)하는 것을 멈추게 되고, 결국 다양성이 사라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내가 사람들이 의문을 갖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서로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작업을 이어나가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작가는 항상 자신의 경험이 사회 문제와 어떻게 연결돼있는지에 촉각을 세우고 작업으로 끌어들인다. 그는 앞으로도 '나를 위한 작업', '작업을 위한 작업'을 경계하고,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작업을 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냥 멋있다, 는 말만 나오는 작품보다는 관람객들이 작가의 의도나 주제의식을, 그리고 그 다음을 궁금해하는 작품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문제나 의식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트리거가 될 다양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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