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시안게임] 불굴의 투지로 日 천재에 '대역전극'…남 탁구 장우진, 4강 진출로 동 확보

세트 스코어 0대3 위기서 내리 네 세트 따내
'삐약이' 신유빈도 여 단식 4강 진출, 동 확보

한국 남자 탁구의 간판 장우진이 30일 중국 항저우 궁슈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승리, 4강 진출과 함께 동메달을 확보한 뒤 공동취재구역에 나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채정민 기자
한국 남자 탁구의 간판 장우진이 30일 중국 항저우 궁슈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승리, 4강 진출과 함께 동메달을 확보한 뒤 공동취재구역에 나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채정민 기자

30일 오후 중국 항저우의 궁슈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 한국 남자 탁구의 간판 장우진(28·세계랭킹 17위)이 고전했다. 일본이 천재라고 자랑하는 하리모토 토모카즈(20·4위)의 패기에 눌렸다. 세트 스코어 0대3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한 세트만 더 내주면 경기가 끝나는 순간, 장우진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접전 끝에 4세트를 가져오더니 기세를 이어 상대를 몰아붙였다. 어느새 승부는 3대3으로 원점. 하리모토는 평정심을 잃었다. 몸에 이상을 호소해 잠시 경기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장우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침착하게 기다렸고, 자신의 흐름을 유지하며 마지막에 웃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탁구 대표팀 장우진. 연합뉴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탁구 대표팀 장우진. 연합뉴스

장우진은 이날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하리모토에게 4대3(8-11 10-12 8-11 11-9 19-17 11-4 11-8)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먼저 세 세트를 내주며 위기에 몰렸으나 침착함을 잃지 않고 반격, 4강에 진출하면서 동메달을 확보했다. 2일 치러질 4강전에서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하리모토는 일본이 탁구 천재라 부르는 선수. 일본 특유의 호들갑이 있다곤 해도 하리모토는 실력을 갖춘 기대주다. 도쿄 올림픽 단체전에서 일본이 동메달을 따는 데 힘을 보태는 등 좋은 기량을 갖췄다. 하지만 이날 장우진의 투지 앞에 우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한 편의 드라마였다. 장우진은 경기 초반 하리모토의 전진 속공에 밀려 연거푸 세 세트를 빼앗겼다. 세 번째 세트마저 8대11로 내주면서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4세트부터 '기적'이 시작됐다. 접전 끝에 11대9로 승리, 한숨을 돌렸다.

5세트에선 15대15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할 무렵 하리모토가 갑작스레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메디컬 타임'을 요청, 경기가 중단됐다. 재개된 경기에서도 17대17까지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으나 장우진이 내리 2득점, 균형을 깼다.

19대17로 5세트를 가져온 장우진은 상승세를 탔다. 6세트는 11대4로 손쉽게 챙겼다. 부상 탓인지 하리모토는 흔들렸고 장우진은 계속 하리모토를 몰아붙였다. 수비는 탄탄했고 공격은 과감했다. 최후의 승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매서운 뒷심을 발휘한 장우진이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탁구 개인전에 출전, 30일 4강에 진출하며 동메달을 확보한 장우진이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채정민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탁구 개인전에 출전, 30일 4강에 진출하며 동메달을 확보한 장우진이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채정민 기자

장우진은 경기 후 "초반에 밀려 마음을 비운 채 욕심을 버리고 하니 오히려 플레이가 잘 됐다. 7세트 때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좀 뛰긴 했는데 '파이팅'하기보다 차분하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부상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하리모토 선수가 고맙다. 팬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다. 실력도 '톱'이지만 정신력도 '톱'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승리로 장우진은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다. 이번 대회는 3, 4위 결정전이 없어 4강에 오르면 동메달을 가져갈 수 있다. 이로써 장우진은 이번 대회에서 4개의 메달을 걸게 됐다.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고, 전지희와 함께 혼합 복식에서도 동메달을 건져 올렸다. 임종훈과 나선 남자 복식에서도 4강에 진출, 동메달을 확보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 연합뉴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 연합뉴스

'삐약이' 신유빈도 이날 여자 단식에서 동메달을 확보했다. 같은 곳에서 앞서 열린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 48위 천슈유(대만)를 4대1(6-11 11-9 11-7 11-7 11-3)로 제쳤다. 1일 4강전에서 만날 상대는 세계 1위 쑨잉샤(중국)다.

한국 탁구의 미래 신유빈은 이날 초반부터 상대에 밀리더니 1세트를 내줬다. 하지만 2세트부터 과감한 공격으로 상대 범실을 유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에선 접전 상황에서 강한 공격을 시도, 승기를 잡았다. 4세트까지 가져온 신유빈은 5세트를 손쉽게 챙기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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