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강아지와 황소, 그리고 송어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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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고전음악에는 특별한 제목이 붙어 있는 것들이 더러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일부 출판사가 붐을 일으켜 재고를 소진하거나 판매를 촉진하려는 의도로 그런 제목이 붙여진다. 하지만 어떤 제목은 특정한 배경을 가진 경우가 있다.

쇼팽의 '미뉴에트 왈츠'는 처음에 '강아지 왈츠'로 불렸는데, 그 이유는 쇼팽이 이 음악을 작곡하고 있을 때 마르퀴스라는 작은 개가 주변을 즐겁게 뛰어다녔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강아지가 자기 꼬리를 물려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고도 한다. 기록에 의하면 이 개는 쇼팽의 친구였고, 쇼팽은 실제로 여러 편지에서 이 강아지를 언급했다. 그는 이 왈츠의 중간 부분에서 강아지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는데, 오른손 악보에 있는 일련의 A플랫 꾸밈음이 그것들이다. 이 음표들은 강아지의 목에 걸렸던 방울 소리를 표현한다. 쇼팽은 강아지를 사랑했고, 이는 그가 강아지의 주인이었던 조르주 상드에게 쓴 수많은 편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편지에서 "나를 보고 싶어서 내 집 문에서 킁킁대던 마르퀴스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주오"라고 한 적이 있다.

하이든의 미뉴에트에도 재미있는 제목이 붙여진 게 있는데 '황소 미뉴에트(Ox Minuet)'다. 하루는 하이든의 음악을 좋아했던 한 푸줏간 주인이 하이든의 집으로 찾아왔다.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란 하이든에게 그는 "선생님, 저는 선생님이 선하시며 은혜를 잘 베푸시는 걸로 알고 있기에 감히 부탁을 드립니다. 선생님은 모든 종류의 음악에서 독보적이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특히 미뉴에트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곧 혼사를 치를 제 딸애를 위해 새로운 미뉴에트를 하나 작곡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고 거리낌없이 말했다.

하이든은 자신의 재능에 경의를 표하는 이들에게 항상 그랬듯이 친절과 웃음으로 그의 간청을 들어주겠노라고 하면서, 다음날 다시 오면 악보를 주겠다고 했다. 이 애호가는 다음날 약속된 시간에 와서 귀중한 선물을 감사히 받았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흥겨운 악기 소리가 하이든의 귀에 들렸다. 하이든은 곧 그 선율이 자신의 미뉴에트라고 알아차리고, 창문으로 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발코니 아래에는 뿔에 금박을 입힌 채 꽃으로 장식한 황소가 당당히 서 있었고, 그 주변을 거리의 악사들이 둘러서서 연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하이든의 집으로 들어온 푸줏간 주인은 "선생님, 제가 생각하기에 푸줏간 주인이 선생님의 미뉴에트처럼 아름다운 음악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으로는 저의 소유 중에서 가장 좋은 황소를 선물로 드리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서 하이든에게 황소를 떠안겼고, 그의 솔직한 베풂에 감동한 하이든은 이 선물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후부터 이 미뉴에트는 황소 미뉴에트로 불렸다고 한다(일부에서는 '황소 미뉴에트'를 이그나츠 자이프리트의 작품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황소 미뉴에트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있다. 독일의 작곡가인 막스 레거가 함부르크에서 열린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 연주회에서 피아노 연주를 맡았던 적이 있었다. 다음날 한 부인으로부터 다섯 마리의 송어를 선물로 받은 그는 즉시 감사의 편지를 썼다. "부인, 어제의 연주가 매우 마음에 드셨다는 뜻으로 송어를 보내 주신 것에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하이든의 '황소 미뉴에트'를 연주할 계획이니 착오가 없길 바랍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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