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맞은 중국이 폭발 위기에 처했다. 14억 인구가 한꺼번에 쏟아진 산천과 도시는 물샐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찼다. 추석 당일 상하이 와이탄은 3분 동안 두 걸음을 겨우 옮길 정도로 인산인해가 되었고, 청두의 한 식당은 대기번호 645번을 받아 식탁에 앉는데만 최소 4시간을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수도 베이징도 마찬가지였다. 베이징시 조경국 자료에 따르면 추석 당일 11개 시립 공원과 정원 박물관이 문을 열었는데 총 30만여 명이 방문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48.6%, 2019년 대비 57.2% 증가한 것으로 코로나 이전을 상회하는 수치다. 천안문 광장의 국기 게양식 관람도 1일 당일 예약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홍콩도 사람으로 넘쳐났다. 국경절 불꽃놀이 축제에 43만명의 시민들이 참가하여 반정부시위와 코로나 팬데믹 5년의 침묵을 깼다. 시안의 병마용, 베이징의 만리장성과 천단공원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명승고적과 놀이공원에는 사람정체로 몸살을 앓았다.
절정은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항저우. 경기장과 인근 명승지를 찾은 선수, 가족, 응원단, 관광객들이 몰려 도시 곳곳에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항조우에 가까운 영은사의 경우는 나들이 나온 현지인들이 해외 및 외지 관광객들에게 순서를 양보하고 귀가할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 주요 대도시 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도대체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동물들의 경우를 보면 큰 위험이 닥치거나 큰 먹거리가 생겼을 때, 움직임이 부산해진다. 중국인들의 부산한 움직임도 추석과 국경절 황금연휴가 겹쳤고,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동시에 열렸기 때문일 것이다. 시진핑 주석 3연임 축하의 장이라는 정치적 의미도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극복을 자축하는 의미도 있고, '벗이 멀리서 찾아오면 기쁘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는 논어의 구절처럼 원래 친구를 좋아하고 서로 모여 부대끼는 것을 즐기는 국민성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중국인들을 생각하면 명절 연휴에 부산한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중국의 국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첫째, 중국은 지금 포화상태다. '아보가드로의 법칙'(동일한 온도와 압력에서 부피가 같은 기체는 같은 수의 입자를 갖는다)을 적용해보면 중국은 폭발 직전의 위기상황이다. 한정된 공간과 자원을 두고 경쟁이 격화되고 상호 충돌하면서, 과열되고 압력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또 다른 변수도 등장했다.
둘째, 분배불만이 균형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황금 연휴도 남의 일인 중국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 시기동안 완전히 몰락한 중소기업들과 소상인들, 자영업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먹고사는 것조차 어려운 절대적 빈곤상황에 처해있다. 셋째, 정치적으로도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시진핑 3연임으로 숙청된 상하이방과 공청단 계열의 불만과 역공 가능성이 남아 있다.
시진핑 정부가 반간첩법을 만든 것이 그 방증이다. 더 큰 위기는 빈부격차가 확대되면서, 사회주의 중국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인들이 공산당의 신중국을 선택한 이유는 공평한 분배의 정치를 원했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이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무능해지면 국민들은 자포자기, 허무주의, 아나키즘에 현혹되기 쉽다.
만약 국가가 코로나로 인해 생명이 위급했을 때 해준 것이 없고, 아플 때도 치료약조차 주지 못했다면 국가는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개인은 각자도생의 방법을 찾게 된다. 죽기 전에 꼭 해야할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는, 번 돈 전부를 쓴다. 중국인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이유가 즐거움이 아니라 한풀이나 국가에 대한 불신이라면 상하이, 고궁, 만리장성이 붐비는 중국은 위태롭다.
※〈이정태 교수의 중국 속살〉 시리즈는 매주 수요일에 게재됩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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