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에게 공을 던져 놓고 해결하라고 미루죠. 그렇게 하는데 실력이 좋아질 리 있겠습니까?"
취재진이 머무는 중국 항저우 샤오산구의 숙소 인근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란 농구 관계자가 들려준 말이다. 나라마다 자세한 사정은 다르니 그의 말이 정답이라곤 할 수 없다. 하지만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한 얘기다.
그는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해서는 경기력이 나아질 리 없다. 한국 대표팀이 (귀화 외국인 선수) 라건아만 보고 있는 것도 같은 경우다"며 "우린 이란 선수들로만 국내 리그를 꾸린다. 그리고 잘 하는 선수들은 해외로 진출,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을 높인다"고 했다.
실제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라건아에 의존하는 '구식' 전술을 펼쳤고, 결국 추락했다.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의 '노 메달'.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이후 메달을 따지 못한 '역대 두 번째 대표팀'이 됐다.
4일 5~8위 결정전에선 이란에게도 82대89로 패하면서 7~8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이란이 최근 세대 교체를 단행, 안정적이지 않은 전력이었음에도 한국이 나가 떨어졌다. 6일 일본과의 7~8위 결정전에서 74대55로 승리한 것으로 치욕을 씻긴 너무 늦었다.

구기 종목에서 굴욕적인 '참사'가 벌어진 건 이뿐 아니다. 배구는 더 심각하다. 남자배구 대표팀은 공식 개막전이 열리기도 전에 추락했다. 아시안게임 연속 메달 기록도 14회에서 끝나버렸다. 1962년 자카르타 대회 이후 무려 61년 만에 메달을 가져오지 못했다.
남자배구는 사전 경기에서 12강 탈락이란 굴욕을 당했다. 대표팀에 승선한 12명의 연봉 총액은 66억원. 그럼에도 인도, 파키스탄에게 무릎을 꿇었다. 다들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보다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팀들이었다.

겨울 스포츠 중 가장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는 여자배구도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베트남에 패했고, 세계랭킹도 없는 네팔을 상대로 이기긴 했으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메달 레이스에서도 탈락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건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이다.
여자배구의 참사는 사실 예고된 것이긴 했다. 올해 네 차례 국제대회에서 제대로 망신살이 뻗쳤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선 12전 전패로 최하위에 그쳤고, 아시아선수권에선 사상 처음으로 8강에서 탈락했다. 파리올림픽 예선에서도 7전 전패를 기록했다. 아시안게임에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비싼 몸값, 높은 인기를 자랑하면서도 태극마크를 달고선 이런 결과를 얻으니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속 빈 강정' '우물 안 개구리'란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다시 뜯어보고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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