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활용 흙이라며?" 팔공산 불법 폐기물 매립 의혹 업체…연휴 틈타 파내다 들통

주민들 "증거 인멸 행위…구청은 소극적 태도"
업체 관계자 "쓰레기 매립장으로 보냈어…원상복구 조치하려던 것"

추석 연휴인 지난 1일 불법 폐기물 매립 의혹이 제기된 대구 동구 진인동의 한 임야에서 사토 반출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독자 제공
추석 연휴인 지난 1일 불법 폐기물 매립 의혹이 제기된 대구 동구 진인동의 한 임야에서 사토 반출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독자 제공

팔공산 하천 인근에 폐기물 불법 매립했다는 의혹을 받는 성토업체(매일신문 2023년 9월 25일자)가 추석 연휴를 틈타 수백t(톤) 규모의 폐기물을 몰래 파낸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단체와 인근 주민들은 사실상 증거 인멸 행위라며 관할 구청의 엄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4일 대구 동구청 등에 따르면 성토업체 A사는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1, 2일 이틀에 걸쳐 포크레인과 25t 트럭 등을 동원해 대구 동구 진인동의 한 임야에 매립된 사토 등을 외부로 반출했다. 현장을 지켜본 주민들에 따르면 이틀 동안 25t 트럭 최소 20여 대가 사토를 몰래 파냈다.

문제의 현장은 지난달 초부터 무기성 오니(슬러지) 등 각종 폐기물이 뒤섞인 토사가 불법적으로 매립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특히 이곳은 상수원보호구역과 연결된 하천에 인접해 있어 환경오염 우려도 함께 나왔다. 당시 성토 작업을 진행한 A업체는 "승인받은 재활용 흙을 사용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마을 주민들은 불법폐기물 매립을 숨기려는 의도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인근 주민 B씨는 "아무 문제 없는 재활용 흙이라더니, 왜 연휴를 틈타 몰래 파내나"라며 "신고를 받은 동구청 공무원들도 현장에 왔었는데 사토 반출은 강제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 증거 인멸 행위를 이틀이나 눈감아준 이유가 뭐냐"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A업체 관계자는 "주민들의 불만이 커서 벌금을 받더라도 임의대로 처리하려 했다. 이곳에서 반출된 사토는 구미 쓰레기 매립장으로 보냈다"라며 "사실상 원상복구 수준으로 뒤처리를 했으니 추후 분석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A업체의 사토 반출이 불법적인 소지가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구본호 한국녹색환경협회장은 "현행법상 폐기물을 이동시킬 땐 올바로시스템(폐기물처리 정보관리시스템)에 등록을 한 뒤 각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가 아예 무시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만약 폐기물 정보를 미입력하거나 허위로 기입한 사실이 적발된다면 최대 영업 중지 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동구청은 대구환경청과 환경보건연구원의 폐기물 성분 분석 결과가 나온 뒤 강경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뒷북행정'이란 비판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동구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반출된 토사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진 못했다"라면서도 "이달 중순쯤 관계기관의 폐기물 성분 분석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이후 고발조치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앞으로는 무단 반출 안 이뤄지도록 상시 감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21일 공중에서 촬영한 대구 동구 진인동의 한 임야. 불법 폐기물 매립 의혹이 불거진 이 땅 옆에는 공산정수장으로 유입되는 능성천이 흐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1일 공중에서 촬영한 대구 동구 진인동의 한 임야. 불법 폐기물 매립 의혹이 불거진 이 땅 옆에는 공산정수장으로 유입되는 능성천이 흐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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