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여행 아닌 여행기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민음사 펴냄

일본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인생과 여행을 주제로 한 에세이를 출간했다. '여행 아닌 여행기'는 여행하는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면 가까운 곳에서도 많은 생각을 얻고, 나아가기 위한 용기를 지닐 수 있음을 그가 직접 체험하고 담담하게 기록한 책이다.

책에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여러 곳에 게재한 47편의 글이 이어진다. 작가는 후기를 통해 "사람이 보다 편견 없이, 보다 행복하고 마음 편히, 그리고 보다 사람답게 생명을 불태우며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 후회가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글을 골랐다고 말한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돼있다. 1부에서는 반려동물이나 음식 등 삶을 채우는 소소한 것과 해외여행에서 얻은 단상들을, 2부에서는 친구와 선생님 등 주변인에게 배운 좋은 것들에 대한 얘기를 담았다. 또한 3부에서는 예상치 못한 피해나 이별을 겪으며 깨달은 생각이나 가족에 대한 얘기들까지, 폭넓게 살아가는 얘기를 다룬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작가로서, 그리고 엄마이자 딸이자 아내로서 모든 역할을 잘 해내는 것에 지쳐있을 때 불쑥 '내 인생은 내 것'임을 잊고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고 밝힌다. 아무리 존경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자기를 맡길 수는 없다는 것.

"무엇에도 자기를 넘기지 않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반드시 자기 눈으로 판단하다. 나도 그러고 싶고, 그렇게 하려고 한다."

맛있는 것을 먹고, 산책하고, 깊이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내고…. 이 책에 등장하는 비슷한 일들은 어느 인생에나 있다. 그 속에서 요시모토 바나나는 깊고 아름다운 생의 반짝임을 건져낸다. 소중히 살펴보고 그것에서 감동하고, 다시 새로운 하루의 마음을 단련하면서 나날이 어른이 돼가는 모습을 이 책은 보여준다.

1987년 데뷔해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며 일본 현대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히는 요시모토 바나나. 이 책은 무엇보다도 소소한 것을 귀하게 보듬으며 살아온 그의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오랫동안 그의 글을 읽어 온 오래된 독자들에게도, 새롭게 그를 만난 독자들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길 만하다. 368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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