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노란버스 사태'가 일단락 조짐이지만 이미 발생한 혼란과 '생채기'는 쉬이 낫지 않을 분위기다.
일선 학교의 현장체험학습, 수학여행 등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경북 관광업계가 일제히 수천만~수억원 타격을 입었다. 교육계에선 교사, 학부모 사이 '초등 현장학습의 필요성' 논란이 점화되면서 후속 갈등도 우려된다.
◆"코로나19 악재의 재현…관광업계 수천만원씩 피해"
9일 경북 대표 관광지인 경주의 관광업계는 초등학교 소풍과 수학여행이 대거 취소된 여파로 전에 없이 추운 나날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에 가라앉았던 관광 불경기 악재가 다시 닥쳤다는 성토가 쏟아진다.
핵심 방문지인 경주엑스포대공원은 잇따른 취소 사례에 전체 예약자의 3분의 1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했다.
상설공연 '인피니티 플라잉' 예약 현황을 보면 당초 올 하반기 116개 학교 1만1천300여 명이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노란버스 사태'로 전체의 30% 수준인 27개교 3천300여 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관람료(소인 2만3천원, 공원 입장료 포함)로 추산한 피해액은 7천590만원이다.
경주엑스포대공원 관계자는 "공연을 관람하지 않고 공원에 방문하는 입장객까지 더하면 피해는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등학생 체험학습지로 인기를 끌던 체험목장, 동물원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북 구미시 옥성면 한 목장은 송아지에게 우유·건초 주기, 트랙터 타기, 치즈·피자·아이스크림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유·초등학생 현장학습지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노란버스 사태로 이달에만 6개 학교가 예약을 취소하는 피해를 입었다. 학생 입장료(2만원)와 학교 한 곳 당 학생 200명으로 추산한 피해액은 최대 2천400만원에 달한다.
목장 대표 A씨는 "예년 같으면 요즘같이 날씨가 좋은 평일에는 초등학생 체험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금은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기가 힘들다"며 "앞서 예약 수요에 맞게 각종 재료를 사놓고, 타 단체 예약도 거절하고 날짜를 비워놨다. 갑자기 일이 닥치니 피해가 막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유·초등학생 방문이 많던 구미 고아읍의 한 동물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동물원 대표 B씨는 "학생들의 안전이 중요하지, 버스 색깔이 뭐가 중요하냐"고 목소리 높였다.
유스호스텔·리조트 등 숙박업소 피해도 이만저만 아니다. 타 지역 수학여행단이 즐겨 찾는 경주 한 리조트는 7개교, 720명 예약이 취소됐다.
이 업소 관계자는 "몇몇 숙박업소는 취소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거나, 지역 내 관광객을 모아 피해를 만회했다더라. 그와 달리 우리는 회복도 요원해 어쩔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주변 소상공인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경주 대릉원 주변 음식점 업주 C씨는 "노란버스 사태의 초점이 대부분 전세버스 회사들에 맞춰져 있는데, 수학여행 방문지 인근 식당 등 소상공인들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걸 정부가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장학습 필요성' 입장차도…"교육기회·추억 사라져" vs "교사책임론·안전 대책부터"
학교들은 이번 사태로 취소한 하반기 수학여행 등 현장학습을 재개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세버스와 관광지, 숙박업소, 음식점 등 단체 여행 일정을 다시 조율하려면 학부모 안내·동의와 학사 일정 조정, 각 사에 대한 예약 등 절차를 모두 새로 밟아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하다는 이유다.
'교권침해' 논란이 크던 가운데 이번 사태로 '인솔교사 책임론'까지 더해진 것도 하반기 현장학습을 선뜻 재개하지 못하는 요인이다.
교육계 일각에선 "학생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하려면 단체 현장학습이 필수"라며 현장학습을 긍정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다른 일과와 학부모 민원 처리만으로도 업무가 많다. 교사와 학생이 혹시 모를 사고나 그에 따른 책임 부담을 겪느니 현장학습을 폐지해야 한다"는 부정적 기류가 맞부딪고 있다.

학부모들 또한 자녀가 교육의 하나로 경험과 추억을 쌓을 기회를 놓쳐 아쉽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구미의 학부모 D씨는 "현장학습이 아이들에게는 1년에 한 번 소중한 경험인데 가지 못하게 돼 안타깝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도 3년 만에 끝난 상황이라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대란으로 촉발된 '학생 안전'에 대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미의 또 다른 학부모 E씨는 "뉴스에서 연일 사건사고 소식이 나오는 터라 아이들만 여행에 보내는 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이번 기회에 초등학교 단체여행에 대한 안전대책을 확실히 세우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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