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사들 "소풍 간 아이 다치면 교사 책임, 이참에 초등 현장학습 폐지"

현장학습 사고 시 '교사 책임론' 완화할 대책 필요
법원, 사건의 예측 가능성 두고 교사 책임 엄중하게 보는 경우 많아

김천 개령서부초등학교에서 어린이통학버스로 개조한 전세버스 차량을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김천 개령서부초등학교에서 어린이통학버스로 개조한 전세버스 차량을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현장학습 취소 현상, 노란버스(어린이 통학버스)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전세버스를 이용한 현장체험학습 규제가 완화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여전히 분위기가 냉랭하다. 현장학습 시 사고가 발생하면 교사 책임론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9일 경북교육계는 '교사 책임론'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노란버스 사태로 증폭되면서 현장학습 기피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학습은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런 만큼 교사로서는 사고 예방이나 발생 후 대응 과정에서 교사를 보호할 대안이 없다면 현장학습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 현장학습 사고를 두고 교사의 의무를 평소보다 무겁게 본 판례가 많아 교사들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2017년 7월 경북 영주의 한 초등학교 수학여행에서 A군이 쏜 장난감 화살이 B군의 눈에 맞아 실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A군은 장난감 화살촉에서 고무를 제거하고 끝 부분을 날카롭게 깎은 뒤, 베개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B군에게 이를 쏘아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부는 교사와 A군이 함께 B군에게 위자료 500만원과 손해배상금 2억2천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장학습 참가 학생은 전적으로 학교의 보호·감독 아래 놓이므로 교사들에게 평소보다 무거운 주의 의무가 필요하다"며 "소지 물건 검사 의무와 취침 등에 관한 지도·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사고가 난 만큼 담당교사의 과실과 피해 학생이 입은 손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북교육청이 불복해 항소했지만, 대구고법이 항소를 기각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과거 제주에서도 수학여행 인솔 교사가 사고 책임을 지는 사례가 있었다.

한 학생이 다른 학생과 장난치다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했는데, 보험사가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교사가 학생을 보호할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 "손해배상액의 50%를 부담하라"고 판결 내렸다.

이와 관련, 교사들은 "현장학습에서 사고가 나면 법원은 사고의 예측 가능성을 두고 교사의 책임 비율을 정한다. 사실상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고가 나도 교사 책임으로 떠넘겨 인솔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교사의 업무 과중도 현장학습 기피의 원인으로 꼽혔다.

현행 규정상 현장학습을 가려고 전세버스를 대여하면 담당교사가 지역 경찰서에 차량 관련 정보를 직접 제공해야 한다. 제출 서류에는 차량·소유자 등 운수회사가 보유한 정보를 교사가 일일이 기입해야 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높다.

방신해 경북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교사가 아이들 수업뿐만 아니라 현장체험 학습 시 필요한 숙박 장소와 현장 시설, 식당 등 많은 부분을 일일이 예약하고 챙겨야 하니 업무가 과중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노란버스 사태를 계기로 다수 학생을 인솔하는 교사의 처우 개선과 사고 시 대응책 등도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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