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침할 경우 미국이 방어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 바율이 지난해 63%에서 올해 50%로 떨어졌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가 지난달 7~8일 미국인 3천24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다.
국제 질서는 생물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동맹국의 입장은 변하기 마련이다. 특히 미국처럼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투표로 정치 지도자를 선출하는 만큼 국내 여론에 따라 동맹에 대한 지원은 얼마든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인들의 군사 및 경제 지원 찬성 비율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동맹국의 입장이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12월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미국 상·하원은 합동 연설 무대까지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올해 9월 젤렌스키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매카시 하원의장은 젤렌스키의 의회 연설 요청을 거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한 미국인들의 피로감이 높아지자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가장 먼저 전투기를 보냈던 슬로바키아도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월 30일 총선에서 친러 성향의 야당인 사회민주당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슬로바키아 국민들의 피로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강력한 우크라이나 우방을 자처했던 폴란드 역시 9월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핵 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는 1994년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는 대신 영토와 주권을 보장하는 '부다페스트 각서'를 맹신한 나머지 국방력 강화에 소홀했고,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다. 가변적인 국제 정세 속에 '문서로 맺은 평화조약'은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각오해야 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강할 때 동맹국들도 망설이지 않고 우리 편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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