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는 아내가 약 먹기를 거부하며 화를 내자 폭행해 숨지게 한 남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1년 4월 12일 오후 9시쯤 노부부인 남편 A씨와 아내 B씨는 다툼을 벌였다.
70대인 B씨는 사건 발생 2년 전에 치매 진단을 받은 후 기억력이 나빠지고 죽은 올케의 이름을 부르는 등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씨는 아내에게 치매약을 먹으라고 했지만 아내는 "나는 건강한데 왜 치매약을 먹으라고 하느냐?"며 화를 내고 밥주걱으로 A씨의 손목을 내려쳤다. 당시 만취 상태였던 A씨는 이에 격분해 B씨를 폭행했고 B씨는 이날 오후 9시 20분쯤 홀로 집 밖으로 나간 뒤 실종됐다.
경찰은 실종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섰고 B씨는 가출 6일이 지난 지난 18일 집에서 약 1.6km 떨어진 하천에서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B씨의 부검 결과 사인은 두부손상(급성 경막하출혈 및 뇌지주막하 출혈)이었다. 경찰은 실종신고 당시 "아내를 때렸다"는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검거했다.
A씨의 변호인은 B씨가 하천 위 다리에서 발을 헛디뎌 강물에 빠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부검 때 몸에서 검출된 플랑크톤과 물이끼 등 상태 등을 봤을 때 폭행으로 인해 의식을 잃고 물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집을 나서며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속 B씨의 얼굴에 멍 자국이 있고, 갈비뼈를 부여잡고 비틀거린 점 등을 토대로 A씨의 폭행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우발적으로 범행했으며 오랫동안 B씨를 돌봐온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조영기 부장판사)는 "치매를 앓는 피해자에게 약을 먹이려다 피해자가 순순히 응하지 않자 충동적으로 폭행했는데 고되고 긴 간병 기간 중 우발적으로 범행이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요양 보호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등 오랜 기간 피해자 곁에서 병간호하고 돌본 점, 유족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피고인이 고령이고 초기 치매를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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