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주당, 이재명 지키려 사법 기능 마비시키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출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으로 6일 부결됐다. 전체 298석 중 168석을 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당론 부결을 정한 때문이다. 우리 헌정사에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1988년 7월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때 단 한 번뿐이었을 정도로 사법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대법원장 임명동의안만큼은 여야가 대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그 전통이 35년 만에 깨졌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4일 퇴임했고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마저 부결되면서 국가 기능 마비 사태가 우려된다. 대법원의 존재 이유로 불리는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인데 재판장 궐석으로 전원합의체 심리·판결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전원합의체는 일선 법원의 법률 해석을 바꾸고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판결을 하는데 이 기능이 멈춰 설 위기에 놓인 것이다. 내년 1월 1일에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도 퇴임하는데 대법관 제청권을 가진 대법원장 공백으로 인해 대법관들의 연쇄 공백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대법관 1인당 연간 4천 건씩이나 되는 상고심 재판 지연이 불가피해진다.

민주당이 내세운 이균용 후보자에 대한 부결 이유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은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로 지명됐다' 식의 공세에다 청문회 과정에서 큰 오점으로 나타나지도 않은 재산·자녀 관련 의혹 등을 부적격 이유로 제시했다. 민주당 소속인 조응천 의원조차 6일 한 방송에 나가 "이 후보자가 왜 (기준) 미달인지를 국민이 납득하는 상황에서 부결시켜야 한다"는 쓴소리를 내놨다. 부결 이유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절대 부족하다는 질타를 한 것이다.

민주당은 공정하고 신속한 사법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는 국민의 복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은 물론, 사법부 독립을 뒤흔들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3권 분립마저 위협하고 있다. 국민 권익을 볼모로 삼은 민주당의 이 같은 행태는 여러 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 출석이 일과가 돼 버린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사법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법원 길들이기 시도라는 강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을 외면하고 당리당략에 매몰됐던 정당에 대해서는 선거에서 회초리 세례가 쏟아졌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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