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아·사바사·머선 129…오마이갓! 이거 한국어 맞나요?

577돌 한글날, 외국인이 겪는 한글 파괴 현주소
한자·사투리 익히기 힘든데…낱말+숫자+영어 섞은 한글
SNS 신조어에 대화 어려워…한국인 친구들 사이 '소외감' 호소

지난 6일 계명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지난 6일 계명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제577돌 한글날 기념 한국어 퀴즈대회'에 참가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어 받아쓰기를 하고 있다. 이날 퀴즈대회에는 32개국 611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참가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제577돌 한글날을 맞아 무분별한 한글 파괴가 K-문화를 동경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유학생들은 한자가 많은 한국말 특성에 더해 방언이라는 지역 특성, 또래집단이 생성해낸 신조어를 익혀야 하는 삼중고를 겪었다.

◆'한자' 배우기도 버거운데 '방언'까지

6년 전 가족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왔다는 자이니딘(25) 씨는 한국어를 배운 지 5년된 회사원이다. 김해에 있는 한 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 연수를 2년 동안 받았다는 그는 한국어를 배우면서의 가장 큰 난관은 '한자'였다고 말한다.

자이니딘 씨는 "한국어를 처음 배웠을 땐 한자 단어들이 많아서 배우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한국어로 된 단어 뜻을 알려고 하면 다시 한자를 파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회상했다.

한자의 고비를 넘긴 외국인들을 기다리는 또 다른 장벽은 '방언'이었다. 중국과 일본 등 한자 문화권 출신 유학생들 역시 한자 단어는 익숙하더라도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나 표준어와는 다른 형태의 단어는 낯설었다.

경북대에서 교육사회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스치우핑(36) 씨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중에서도 가장 높은 급수인 6급을 가진 한국어 능력자다. 그런 그녀 역시 교재와 많이 다른 일상 언어가 한국어 학습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했다.

스치우핑 씨는 "교재에서는 공식적이고 격식있는 표현, 표준어 등이 강조된다"며 "하지만 실제 한국인과 소통할 때는 언어 사용 방식이나 사투리 때문에 어려움을 느낀다. 특히 어르신들과 대화할 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 고생했었다"고 아쉬워했다.

◆무분별한 '신조어' 일상 대화조차 어려워

외국인들의 세 번째 난관은 '신조어'다. SNS를 타고 우후죽순 만들어지는 기상천외한 신조어 탓에 일상적인 대화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멕시코에서 온 다니엘라(21) 씨는 "한국 친구들이 커피를 주문할 때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줄임말)'라고 말해서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며 "'아아'뿐 아니라 '사바사(사람 바이 사람의 줄임말)' 같은 신조어를 써서 대화를 알아듣기 힘들었던 적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계명문화대 기계과에 진학한 자이니딘 씨 역시 신조어 때문에 한국 친구들과 말이 통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는 "'머선129(무슨 일이냐)' 같이 변형된 낱말과 숫자를 조합해 만든 신조어나 '남아공(남아서 공부할 사람)'이라는 줄임말, 한국말과 영어를 조합한 '귀차니즘(귀찮은 상태)'을 들었을 때는 '이게 한국어가 맞나' 할 정도로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말했다.

과도한 신조어 사용은 세대 간 소통 단절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신조어는 같은 세대 간에도 소통 단절을 이끌 만큼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다. 캄보디아에서 온 셍 유아(28) 씨는 "신조어로 인해 한국인 친구들과 대화할 때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며 "특히 SNS를 통해 대화할 때는 신조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친해지고 많은 대화를 해서 배척당하는 기분도 들었다"고 지적했다.

다니엘라 씨 역시 "SNS에서 사용하는 신조어가 한국어를 더 빨리 배우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면서도 "신조어가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 된다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에 배영환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원활한 의사소통과 한국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신조어를 익히고 사용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한국에 오는 외국인 중에서 아무래도 젊은 세대가 많을 것이고 또래 계층에서 통용되는 신조어를 모른다면 소외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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