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펫보험 vs 펫적금 뭐가 나을까…양육비 부담 줄여주는 '펫 금융상품'

병원 갈 일이 잦은 경우에 추천…자기부담금 공제 70%까지 보장
견종·질환·나이 고려 상품 비교…보험사들 가입 문턱 낮추는 추세

동물병원을 찾은 패리스.
동물병원을 찾은 패리스. "아픈 것 보다 병원비 얼마 나올지가 더 걱정돼요 멍멍!"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라면 동물 병원에서 청구하는 영수증을 보고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라면 동물 병원에서 청구하는 영수증을 보고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최근 반려동물을 입양한 OO 씨는 동물병원을 찾았다가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진료비가 비싸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많은 금액이 청구 됐기 때문이다. OO 씨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반려동물 양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들을 검색했다. 인터넷에는 다양한 반려동물 금융상품이 출시 돼 있었다. 그러나 A씨는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된다. "펫 보험, 펫 적금. 도대체 뭘 선택해야 하지?"

◆보험파 "병원비 그때그때 보장 받을래요"

페리스 견주 김영은 씨는 7년 전 펫 보험에 처음 가입했다. 패리스가 생후 2개월쯤 됐을 때였다. 눈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영은 씨는 A사 보험을 급하게 들었다. "들고 보니 A사 보험은 페리스 견종 웰시코기가 자주 앓는 질병에 대해 거의 보장이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4년 전에 B사 보험으로 갈아탔어요" 펫 보험이라고 불리는 반려동물보험은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비, 반려동물로 인한 배상 책임사고 발생액의 일부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다.

두 번째 보험 가입은 신중하게 접근했다. 우선 특약부터 확인했다. 패리스는 동물보호 관리 시스템에 등록됐기 때문에 보험료를 2% 더 할인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웰시코기 특성을 잘 고려했다. 웰시코기는 선천적으로 디스크나 십자인대에 문제가 많은 견종이다. "제가 보험을 갈아타기로 결심했던 시기, 슬개골이나 골 관절에 대해 통원 치료 때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사는 B사가 유일했어요." 패리스는 현재 선천적인 성장판 일찍 닫힘으로 인한 골 변형으로 관절염 치료 중이다.

병원을 자주 오는 패리스는 펫 보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병원을 자주 오는 패리스는 펫 보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돈 많이 타먹었어요 멍멍!"

펫 보험은 반려동물의 견종이나 유전적 질환·나이를 고려해 가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펫보험도 보장하는 항목과 범위가 모두 다르다. 11개 펫보험 운영 보험사들의 상품을 꼼꼼히 비교해보면 가장 잘 맞는 상품을 찾을 수 있다.

물론 매달 내는 보험료 부담이 적다고는 못 한다. 패리스가 1살 때 3만원 이었던 보험료는 7년이 지난 현재 70,700원으로 올랐고, 2년 후 갱신을 하게 되면 더 오를 예정이다. 그럼에도 영은 씨는 펫보험 가입을 추천한다. "처음엔 저도 펫보험과 펫적금을 같이 넣었어요. 하지만 패리스는 자잘하게 병원 가는 일이 많아 적금보다는 보험이 훨씬 낫더라고요. 실제로 1년간 부은 적금보다 보험금을 받은 금액이 많아요"

패리스는 작년에만 췌장염, 뒷다리 십자인대 손상, 피지 낭종, 구토 증세로 병원을 오갔다. 펫 보험을 들지 않았다면 고스란히 영은 씨가 떠안았어야 할 병원비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 마리당 월평균 양육비는 약 15만 원으로 책정됐다. 그리고 15만 원 중 무려 6만 원(40%)이 병원비로 사용됐다. 다른 비용은 제외하고 병원비만 산술적으로 따져봐도 1년이면 72만 원, 10년이면 720만 원, 20년이면 1,440만 원에 달한다.

패리스는 현재 선천적인 성장판 일찍 닫힘으로 인한 골 변형으로 관절염 치료 중이다. 그리고 패리스의 견주는 이에 대해 보상이 되는 보험에 가입 했다.
패리스는 현재 선천적인 성장판 일찍 닫힘으로 인한 골 변형으로 관절염 치료 중이다. 그리고 패리스의 견주는 이에 대해 보상이 되는 보험에 가입 했다.

하지만 영은 씨는 매번 자기부담금 1만 원을 공제한 병원비 70%가 보장된다. 70% 보장형 보험에 가입한 덕분이다. 영은 씨가 가입한 B 보험사는 1일당 15만 원 통원 의료비, 1일당 200만 원 수술 입원 의료비를 지급한다. 실제 지난달 패리스의 관절염 치료비는 1,132,100원에서 671,430원이 보장됐다.

피지 낭종과 염증으로 인한 병원비는 282,500원에서 262,430원이 보장됐다. "물론 보상을 못 받은 경우도 있었어요. 검사비가 무려 100만원이었는데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사비가 보장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보장 받은 경우가 훨씬 많으니 아직까지는 만족하고 있어요"

최근 반려동물의 수명이 늘고 건강 문제가 대두되자, 보험사들도 이에 맞춰 고령 반려동물에 펫보험 가입 문턱을 낮추고 있다. 펫보험을 1년 단위 '일반보험'에서 '장기보험'으로 바꿔 3·5년 자동갱신되는 상품들이 증가했고, 가입 가능한 연령도 기존 8세에서 10세로 올려잡는 추세다.

보험사 관계자는 "펫 보험 시장이 활성화된지 얼마되지 않았고 가입률도 1% 구간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 가입자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된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보험사들도 손해율 관리가 용이해지면서 합리적인 보험료를 책정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별이는 펫 적금을 가입했다.
"제 용돈 잘 저금해 주세요~" 펫적금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 우대 금리 등 혜택을 제공하는 적금 상품이다.

◆적금파 "원금 보장 받아 목돈 모을래요"

별이 견주 박수정 씨는 2년 전 펫 적금에 가입했다. C사 상품으로 매달 3만 원씩 36개월 만기 조건이다. 펫보험을 두고 고민도 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별이는 12살. 당시에도 10살로 노령견이었다. "대부분 보험사가 만 9세 이전에만 가입이 가능하더라고요. 만약 된다고 해도 보험료가 높고 보장 내역도 적을 테고요."

자신의 통장을 쳐다보고 있는 반려견.
별이는 펫 적금을 가입했다. "이거 모아서 여행도 가고 예쁜 옷도 사주세요 멍멍!"

다양한 커뮤니티에는 펫 보험과 펫 적금을 고민하는 반려인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펫 적금이 우세하다. 펫 보험에 대한 데이터가 적은 데다 가입요건이 까다롭다는 이유다. 펫 보험은 보험료에 비해 보장범위가 제한적이라는 것도 고질적 문제로 제기돼 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펫 보험 연평균 보험료는 55만 2000원으로 개인용 자동차보험료(70만 원)에 맞먹는다. 거기에다 대부분의 상품이 1~2년마다 보험을 갱신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 부담도 크다. 반명 보장 내역은 보험료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적젆다.

"가입 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 별이가 10년 동안 안 아팠기도 했어요. 제가 별이 1살때 보험을 들었다고 생각하면 10년 동안 병원비 청구를 몇 번이나 했겠나요. 혹시 모를 걱정에 매달 많은 돈을 내는게 아직까지는 부담인 것 같아요. 늙어서 오는 병들이 있다면 그 돈은 지금부터 모으면 되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반려동물이 건강하다면 무조건 펫보험을 가입하기보다 적금을 통해 목돈을 모아둔 뒤 가입해도 늦지 않다. 생각보다 보험 청구하기 애매한 자잘한 금액 지출도 많기 때문이다.

펫 적금은 여러 우대 조건을 채우면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반려동물 등록을 하면 0.2% p, 유기 입양의 경우 0.2% p 우대 이율이 적용된다. "애정 활동을 기간 내 완료할 경우 우대 금리도 적용되더라고요. 양치, 털갈이, 놀이, 화장실 관리, 물관리, 체중관리를 적금 만기일 전까지 10회 등록하면 우대이율 0.2%p를 추가로 받을 수 있어요. 별이를 끔찍이 아끼는 저는 바로 미션 완료했습니다"

"냐옹~ 돈 모으자" 펫적금에 가입한 고양이.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보험 상품이 세분화되지 않다.

펫 적금은 펫 보험과 달리 치료비 뿐 아니라 여행 등 여러 목적으로 자금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아프면 병원을 데려가서 치료해 주는 것이 반려인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평상시 먹이고 입히고 사랑을 주는 것 또한 반려인의 의무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의료비 지출 시 특별 중도해지 기능을 넣는 부가적 혜택도 생겼다. "이 조항이 저는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적금이라는 게 중간에 돈을 못 찾는 게 제일 큰 단점이잖아요. 그런데 의료비 지출 때 중도 해지를 할 수 있다니.이렇다면 적금 안 들 이유가 없죠"

"냐옹~ 돈 모으자" 펫적금에 가입한 고양이.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보험 상품이 세분화되지 않다.
"냐옹~ 돈 모으자" 펫적금에 가입한 고양이.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보험 상품이 세분화되지 않다.

고양이 집사들도 펫 적금을 선호한다. 강아지에 비해 보험 상품이 세분화되지 않은 이유다. 무케 집사 이진호 씨는 몇 달 전 펫 적금을 들었다. "고양이는 펫 보험이 많이 없더라고요. 강아지가 11곳 정도라면 고양이는 3곳 정도의 보험사만 펫 상품이 있는 것 같았어요" 무케의 기존 병력도 고려가 됐다.

최근 들어서 아픈 동물들도 가입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생겨나는 추세지만 아직까지는 이도 한정적일 뿐이다. "무케가 병원을 다니고 병원에서 진단받은 병들은 보험을 들 때 제약이 되더라고요. 물론 병원비로 많이 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펫 보험이 좋은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원금 보장이 되는 펫 적금을 아직까지는 더 선호합니다"

"주인님! 저를 위해 돈을 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멍멍!" 펫 적금은 치료비 뿐 아니라 여행 등 여러 목적으로 자금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자신의 통장을 쳐다보고 있는 반려견. "이건 내 통장! 아무도 건드리지 마세요 멍멍!"

은행 관계자는 "펫 적금은 치료비 마련은 물론 반려동물을 양육하며 생기는 경제적 부담을 대비할 수 있는 1석 2조의 상품"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반려인의 수요에 맞는 상품개발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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