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선의의 거짓말, 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통계의 허점을 통렬하게 지적한 경구다. 문재인 정부 역시 통계를 가지고 무엇이든 증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리스, 로마는 국가(state)의 상태(state)를 섬세하게 살폈는데, 그것을 statistics(통계)라고 불렀다. 이런 통계를 조작한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그리스는 나라가 구렁텅이에 빠졌다.
통계는 복잡한 현상을 간명하게 보여준다. 통계 없이는 국가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다. 국가를 개혁하려면 더 수준 높은 통계가 필요하다. 세종은 조선을 당대 세계 최고 국가로 만들려는 원대한 이상을 가졌다. 그가 추진한 국가 개혁은 상상을 넘어선다. 하지만 조세제도인 공법(貢法) 개혁에는 실패했다. 통계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조선 초기의 조세제도는 답험손실법이었다. 추수 때 답험관이 직접 논밭을 다니며 과세하는 방식이다. 부정부패는 물론 행정비용이 막대했고, 정부 재정도 불안정했다. 정액과세인 공법으로 바꾸는 게 답이었다. 이를 위해 세종은 세계 최초로, 피치자인 백성을 포함해 17만 명에 이르는 여론조사까지 실시했다. 17년간의 논의를 거친 결과 연분9등 전분6등법을 확정했다. 매년 작황과 개별 토지의 비옥도에 따라 세금을 54개 유형으로 세분해 걷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토지 면적과 비옥도, 그리고 연도별 수확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필요했다. 공법제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세종의 실패는 시대의 한계였다. 하지만 이율곡이 살던 시대는 거짓 통계가 횡행했다. 뇌물로 군역 면제를 받는 게 일상화되었다. 이율곡은 "군사를 뽑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인데도, 뇌물이 요로에 횡행하고, 가짜 문서가 진짜 기록을 혼란시키고 있다"(만언소, 1574년)고 개탄했다. 18년 뒤 임진왜란이 일어나 20일 만에 한양이 함락되었다. 통계 조작은 망국의 범죄다. 국가 정책의 합리성과 공정성이 통계의 수준에 달렸기 때문이다. 19세기 이후 근대국가에서 통계학이 급속히 발전한 이유다.
감사원과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전 통계청장)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은 세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첫째는 핵심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처음부터 국가 현실을 왜곡했다. 문 정부를 대표하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지난 60년간 한국은행이 사용한 노동소득분배율의 정의를 임의로 바꿔 분배율을 낮췄다.
둘째, 실패한 정책을 통계로 은폐했다.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로, 2018년 1분기의 소득 불평등은 2003년 이래 최악이 되었다. 그러나 홍 수석 등은 최저임금 인상 결과 실직한 사람의 소득 감소를 뺌으로써, '저임금 근로자 개인별 임금은 올랐다'는 보고서를 만들어 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자화자찬했다. 28번이나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실패하자 통계 표본을 바꿔 아파트값 실제 가격을 조작했다.
셋째, 단순 은폐를 넘어 통계 조작에 적극 나섰다. 월성원전 1호기의 경제성을 15분의 1로 줄여 조기 폐쇄했다. 관련 문건은 폐기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원전 가동의 연장을 요청한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고 위협했다. 국제 비교가 불가능한 부동산 실효세율을 근거로 세금을 매겨, 2021년 한국의 부동산 세금은 경제 규모 대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거짓말쟁이는 숫자로 말한다."(Figures don't lie, But liars do Figure-Carroll D. Wright)는 격언이 있다. 얼마 전 문 전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는 보수 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강변하며, 또다시 통계 수치를 줄줄이 제시했다. 하지만 문 정부는 근대국가의 기본적 국정 인프라를 무너뜨렸다. 단순한 무능을 넘어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통계는 칼이다. 잘못 휘두르면 흉기가 된다. 그러나 거짓말쟁이는 숫자를 좋아한다. 통계야말로 마법을 지닌 현대사회의 주물(呪物)이기 때문이다. 일반 대중과 대중매체는 대부분 숫자에 서툰 수학 문맹자로서, 통계의 옷을 입으면 쉽게 믿는다. 숫자 뒤에 숨은 정치적 목적을 간파하지 못하면, 영리한 데마고그의 쉬운 먹잇감이다. 개딸들을 보라. 근대국가와 민주주의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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