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카페인 음료와 고당도 음식이 유행하면서 청소년들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저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과일에 설탕을 입힌 탕후루 상점이 학교 인근과 학원가 곳곳에 생기면서 청소년의 카페인·설탕 과다 섭취에 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9일 찾은 대구 수성구 한 학원가에는 건물 곳곳에 저가형 커피 상점이 즐비했다. 탕후루 상점도 100m가 채 안 되는 간격으로 들어서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끼니를 해결한 후 후식을 먹기 위해 삼삼오오 저가형 커피점과 탕후루 가게에 들르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점심 대용으로 밀크티를 들고 학원에 가고 있던 우승빈(13) 양은 "집에서 학원 가는 길에 이 매장 있어 늘 이용한다"며 "점심시간에 학원 수업이 걸쳐 있어 잠도 깨고 배도 채우려고 밀크티를 선택했다"고 했다.
저가형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일은 학생들에게 일상이 됐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전국 800개교 중고생 약 6만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응답 청소년의 22.3%는 주 3회 이상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한다고 답했고, 주 1∼2회 마신다는 응답도 26.4%나 됐다.
도시철도 2호선 수성구청역 인근에서 저가형 커피 매장을 운영하는 A(47) 씨는 "찾는 손님의 절반 이상은 10대 청소년"이라며 "거의 다 카페인 음료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섭취하는 커피의 카페인 함유량이 일일 최대 권장량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몸무게 50kg 청소년의 하루 최대 카페인 섭취 권고량은 125㎎이다. 청소년 및 어린이는 체중 1㎏당 카페인 2.5㎎ 이하가 최대 섭취 권고량이다. 한 저가 커피 브랜드의 625ml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카페인 함유량은 237㎎이었다. 한 잔만 마셔도 최대 섭취 권고량을 뛰어넘는다.
유튜브나 인스타 등 SNS에서 인기라는 탕후루도 청소년 건강을 위협한다. 점심으로 떡볶이를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먹고 있던 주현진(18) 양은 "거의 매일 탕후루를 먹고 있다"며 "중간고사가 끝나지 않아서 휴일에도 독서실에 왔는데 이번 휴일 내내 탕후루를 먹었다"고 말했다.
고열량이기 때문에 식사 대용으로도 먹는다는 청소년도 있다. 학원 가는 길에 탕후루 매장에서 탕후루를 먹고 나오는 길이라는 김모(16) 양은 "아침 식사를 늦게 하기도 했고 학원 수업 때문에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서 탕후루로 때웠다"며 "열량이 높아서 그런지 배가 많이 고파오지도 않는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성인의 하루 당분 섭취 권고량은 50g이다. 청소년의 경우 이보다 적은 20g을 적정량이라고 판단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탕후루 1개에는 10~25g의 당이 포함됐다.
고혜진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하루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로 당분을 섭취하라고 권하고 있다"며 "탕후루 1개만 해도 하루 권고량에 근접한다. 다른 음식도 먹을텐데 소아 당뇨병 등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고 교수는 고카페인 음료에 대해서도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불면증을 유발하는 등 정서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고카페인이 체내 칼슘 흡수를 방해해 성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현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고당도 음식은 소량의 음식에 당분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당화지수를 높이고 신체에 부담을 준다"며 "당뇨병 등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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