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일본의 한국 깨기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경영학 박사.사회복지사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경영학 박사.사회복지사

통계청의 8월 산업 생산(계절 조절·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2.1로 전월 대비 2.2% 증가했다. 2021년 2월 2.3% 이후 30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한국 경제에도 봄볕이 비치는 모양새다. 광업·제조업, 전기·가스업에서 모두 생산이 늘어났다. 특히 한국 경제의 2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 반도체 생산이 그동안의 하락세에서 지난 3월(30.9%) 이후 가장 많이 증가한 13.4%를 기록한 것이 주효했다. 반도체 생산 지수는 142.9로 1년 전보다 8.3% 상승했고,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99억 달러로 지난해 10월 92억 달러 이후 최고 실적을 올렸다.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큰 것이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긴 하지만,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의 저력이 돋보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아마 이런 모습을 가장 배 아파 하는 나라는 일본일 것이다. 사실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은 일본에 비해 후발 주자였다. 일본의 도움으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터전을 닦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출어람(靑出於藍) 한국에 일본은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최근 취임 2주년을 맞아 한층 강력한 '반도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르면 연내에 반도체 등 '경제 안보' 중요 물자를 생산하는 공장은 농지, 임야에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반도체 공장 신·증설이 활발한 탓에 땅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홋카이도 지토세(라피더스), 이바라키(르네사스), 히로시마(마이크론), 후쿠오카(미쓰비시전기), 미야자키(로움), 구마모토(도쿄 일렉트론, 소니, TSMC, 에바라 제작소) 등 전국 각지에서 반도체 붐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을 반드시 따라잡겠다는 국가적 의지가 읽힌다.

토지 규제 완화 이외에도 기업을 위한 세금 감면과 보조금 지급이라는 '3종 선물 세트'를 준비했다. 설비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 일부를 법인세에서 깎아 주는 수준을 넘어 앞으로는 생산 비용에 대해서까지 세금을 감면할 계획이다. 일본 대기업 연합 라피더스 3천300억 엔, 미국 마이크론 1천920억 엔 등 수조 원 규모의 보조금도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다. 그래서 의문이 생긴다. '반도체 1등 한국'은 도대체 어떤 전략으로 일본의 도전에 맞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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