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새로운 슈퍼휴먼의 탄생

사피엔스(유발 노아 하라리/ 김영사/ 2022)

단 한 권의 책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그만큼 그의 통찰은 특별나다. 상식선에서 이해되던 모든 것들을 뒤집어버렸다. 그의 주장이 역사적으로 명확하게 증명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독창적이고 흥미진진한 생각과 분석, 역사관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별 볼 일 없던 유인원이 어떻게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을까? '사피엔스'는 하라리의 관점에서 이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현생인류인 사피엔스는 비현실적인 개념에 대해 논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언어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 '인지혁명'으로 인간의 추상적인 개념, 상상력, 언어, 협력 등을 활용하여 사회적인 그룹을 형성한다. "현대 사피엔스가 약 7만 년 전 획득한 능력은 이들로 하여금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수다를 떨 수 있게 해주었다."(59쪽)

약 1만 2천 년 전에 시작된 '농업혁명'은 혁신적인 변화였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종일 농사일에 매진해야 하게 된 사피엔스에게 농업혁명은 덫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변화를 "인류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단언한다. 500여 년 전 유럽에서 시작된 '과학혁명' 이래로 인류는 에너지와 자원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많은 지식을 갈구하지 않았지만 과학혁명 이후 태도가 달라졌다. 과학혁명의 출발점도 무지를 인정한 것부터였다.

지금까지의 인간은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고 자연의 선택에 의해 진화했다. 그러나 이제 인간 스스로가 인간을 설계할 수 있는 생명공학의 시대에 진입했다. 인류는 과학혁명으로 지구 자체를 파괴할 수 있는 힘까지 갖게 되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놀라운 신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하라리는 현명한 선택은 천국을, 어리석은 선택은 인류의 멸종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경고한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슈퍼휴먼이란 신종인류의 출현과 함께 현생인류인 사피엔스는 종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그 존재는 현재 인류가 가지고 있는 성별, 사상, 종교와는 무관할 것이다. 하라리의 혁신적 관점은 슈퍼휴먼의 조상이 될지도 모르는 지금의 세대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인간이 신을 발명할 때 역사는 시작되었고, 인간이 신이 될 때 역사는 끝날 것이다."(유발 노아 하라리)

백무연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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