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임신과 출산의 의미 되새겨야

박희준 사단법인 한국출산장려협회 회장

박희준 사단법인 한국출산장려협회 회장
박희준 사단법인 한국출산장려협회 회장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0.78로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낮아서 저출산율은 단연코 1위를 점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상황은 앞으로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더 가속화될 전망이라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세계 석학들은 한결같이 한국은 지나친 저출산으로 인해 국가 자체가 소멸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다.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나 '로마제국 쇠망사'의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로마제국의 멸망 원인도 인구 감소 때문이다. 출산 감소로 현역 인구가 줄어들면서 국가 경제의 기둥이 흔들리기 시작한 게 로마 멸망의 직접 원인이란 지적이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가 겹치면서 내수시장은 좁아지고, 생산인력의 공급은 줄어들어 기업은 국내 생산과 투자를 줄이면서 해외로 이전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젊은이의 노인에 대한 부양 부담이 가중되어, 세대 간 갈등이 증폭되며 현대판 고려장의 출현 가능성도 예견된다.

무주공산과 다름없는 우리나라에 주변 일본, 중국, 러시아가 무혈입성할 수 있으며, 조만간 북한의 인구, 특히 청년층의 인구가 남한을 능가할 때, 국가안보는 어찌 될 것인지 암담하다.

이러한 암울한 전망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 예산의 상당 부분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우선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데, 여당과 야당 정치인들은 정쟁에 몰두하며 당리당략에 치우쳐 자기 당과 지역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분야에 보다 많은 예산을 배정받는 데 초점을 두어 국가적 과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각계각층의 국민이 모여 저출산과 이에 따른 인구 감소와 국가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시국위원회를 조직할 것을 제안한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가지는 따스한 가정을 꾸밀 수 있도록 집값 안정과 사교육비 경감, 자녀 양육비 지원이 현재보다 훨씬 강화되어야 한다. 더불어 난임 수술 지원과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에 지장이 없도록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의 생산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며, 지방 소멸과 집값 폭등의 원인인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에 과감하게 이전을 독려하며,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은 각종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700만 명에 이르는 재외동포의 국내 이주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국내 정착에 따르는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또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과 배려를 통해 외국인에 대한 문호를 넓히며, 귀화 요건을 완화하여 대한민국 국적 취득이 보다 용이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해외 입양보다 국내 입양을 장려하며,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사실혼을 인정하고 법률혼과 동일하게 지원해야 한다. 미혼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어머니는 모든 이의 영원한 고향이며 안식처이다. 비단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지상의 모든 존재에 해당하는 숭고한 것이다.

그런데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적인 풍조가 만연하고, 어머니의 존재 의미 자체가 퇴색되면서,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부정적 현상이 퍼지고 있으니 안타깝다. 특히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극도로 낮아지면서 조만간 국가 소멸 위기에 이를 수 있으므로,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신과 출산이 지닌 의미를 다시 부활시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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