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수도권 민심만 중요한가

모현철 신문국 부국장

모현철 신문국 부국장
모현철 신문국 부국장

오늘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일이다. 여야 모두에게 결전의 날이다. 국민의힘이 직전 강서구청장이었던 김태우 후보를 공천하면서 기초단체장 선거가 아닌 전국적인 정치 선거로 격상됐다. 서울의 한 기초단체장 보궐선거가 전국적인 이슈를 선점하는 걸 지켜보는 비수도권의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초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김 후보를 광복절 특사 대상에 올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결국 김 후보가 공천장을 따내면서 '윤석열 vs 이재명의 대리전' '총선의 전초전'이 됐다.

여야 지도부 모두 패배한 쪽은 치명타를 입는다.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둔다면 리더십이 확고하지 않다고 평가받는 김기현 대표 체제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총선 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등 지도부 흔들기도 수그러들 전망이다. 윤 대통령도 국정 운영에 더 자신감을 갖고 야당의 비판을 정면 돌파해 나갈 추동력을 얻을 것이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다. 패배해도 득표율 격차가 10%포인트 이내라면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두 자릿수 이상 벌어진다면 심각하다. 김기현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주장이 분출하고 비대위 전환설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부에서 책임론을 두고 내홍이 심화될 수 있다.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압승 또는 완승을 거둔다면 수도권의 '정권 심판론'이 확인된 셈이 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이재명 대표가 치명상을 입게 된다. 다시 비명계에서 이 대표 흔들기가 심해지고 사퇴론이 분출할 수 있다. 친명, 비명계 간 갈등이 다시 전면으로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

선거 이후 정치권에 네 탓 공방이 과열될 수 있어 우려된다. 여야는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또 다른 선거를 대비해야 한다. 민생경제는 악화되고 향후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강해진다. 내년 총선은 '정권 심판론 vs 야당 심판론'이라는 대립 구도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다음은 인물 싸움이 될 것이다. 상대 당보다 더 나은 인물을 발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민생 문제 해결이다. 고금리, 고물가, 교육 문제 해법 제시가 총선 승부를 결정지을 승부수다.

이번 보궐선거는 수도권 민심의 일부를 볼 수 있지만 서울 25곳의 구청장 중 1명일 뿐이다. 전국 단위로 보면 233개 시군구 중 1곳에 불과하다. 총선에서 수도권은 최대 승부처라고 한다. 여야는 이번 선거에서 보듯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 확보에 사활을 걸 것이다. 그럴수록 비수도권의 목소리는 뒷전으로 밀린다.

국감이 시작되면서 여야 국회의원들은 비수도권의 현실이 수도권과 비교해 초라하기 짝이 없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쏟아 내고 있다. 기업, 인프라, 구직자, 인구 등 거의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수도권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여야는 수도권의 표심을 얻기 위해 더욱더 구애를 펼칠 것이다.

내년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보궐선거 이후 여야는 서로 죽기 살기 식 치킨 게임을 멈추고 쇄신과 변화로 비수도권의 민심을 얻을 지역 균형발전에도 나서야 한다. 비수도권의 민심도 수도권만큼 중요하다. 비수도권의 표심도 얻어야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지 않겠는가.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