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치게 할까요" 건보공단 조사원 태도 논란…건보공단 측 "조사 지연 행위에 법적책임 고지한 것"

"현지 조사원 강압적인 조사…스트레스 호소"
건보공단 "조사 지연, 방해하면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 고지했을 뿐"

10일 오전 달서구 두류동의 건보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 앞에서 달서구 지역 시민단체인 공익인권시민연합,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대구경북·전라지부, 전국 시·도 요양원 대표원장 등 약 150명이 모여 요양기관 현지조사에 대해 명확한 진실 규명과 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공익인권시민연합 제공
10일 오전 달서구 두류동의 건보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 앞에서 달서구 지역 시민단체인 공익인권시민연합,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대구경북·전라지부, 전국 시·도 요양원 대표원장 등 약 150명이 모여 요양기관 현지조사에 대해 명확한 진실 규명과 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공익인권시민연합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 소속 현지 조사원이 지역 노인 요양원 위법 사례 적발을 위해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원하는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요양원 관계자들을 협박, 강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북 경산에서 14년째 노인 요양원을 운영해 온 A(70)씨는 지난 4월부터 건보공단에 현지 조사를 받게 됐다. 요양원에서 발생한 수건 등 빨랫감을 요양 보호사가 세탁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은 시설 세탁물 관리에 대해 외부 세탁 업체에 위탁하거나 자체 위생원을 두도록 규정한다.

현지 조사는 사회적 물의를 야기했거나 내부 종사자 등이 신고한 기관에 대해 건보공단이 조사원을 파견해 요양 기관의 대표자, 종사자 등을 심문하고 관계 서류를 살피는 작업이다.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장기요양 급여를 환수 조치할 수 있고, 액수에 따라 업무 정지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문제는 건보공단 조사원이 면담 과정에서 A씨와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 직원들을 상대로 강압적인 태도를 계속 보였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것이다.

A씨는 "우리는 외부 세탁 업체와 계약을 맺었고, 입소 어르신들은 대부분 기저귀를 차기 때문에 그때그때 세탁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점을 계속 호소했지만, 조사원들은 원하는 대답을 들을 때까지 강압적인 심문을 이어 나갔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면담 과정을 담은 녹취록에 따르면 해당 조사원은 '직원들 20명 이상 다칠 수 있다' '다치게 할까요, 지금?' '작업 들어간다' 등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를 비롯한 일부 직원들은 반복된 협박과 진술 강요에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려야만 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A씨는 지난 4월 19일 조사를 받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그는 "아직도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이다. 몇몇 직원들은 집요한 심문에 '일을 관두고 싶다'며 호소하기도 했다"라며 "조사가 끝난 뒤 이러한 사실을 정리해 건보공단에 공식적인 의견서와 직접 쓴 편지까지 보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고 허탈해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 조사원의 태도가 '인권침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지역사회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10일 오전 10시 달서구 두류동의 건보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 앞에서 달서구 지역 시민단체인 공익인권시민연합,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대구경북·전라지부, 전국 시·도 요양원 대표원장 등 약 150명이 모여 요양기관 현지조사에 대해 명확한 진실 규명과 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공익인권시민연합 관계자는 "전 국민이 가입하는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건보공단은 어떤 기관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라며 "그러나 이런 사례에서 나타나듯 현지 조사원들은 환수만을 목적으로 협박·강요·유도성 심문을 자행해 요양보호사와 시설관계자들까지 큰 피해를 보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건보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을 뿐 강압적 조사까지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면담 과정에서 시설장과 종사자들이 침묵으로 일관해 조사를 지연, 방해하는 경우에는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사전 고지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직원들의 언행과 태도에 대해 교육을 시켜 이런 오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요양원 측이 보낸 의견서 중 강압적 조사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답변하지 않았는데, 강압에 의한 조사라고 볼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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