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적 사랑의 세계와 윤리 의식을 담은 시로 '사랑의 시인'이라 불린 김남조 시인이 10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10일 문단에 따르면 김 시인은 이날 오전 숙환으로 타계했다.
고인은 오랜 시간 한국의 시단을 대표하는 여성 시인으로서, 아흔이 넘는 고령에도 정열적으로, 또 꾸준히 시를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벌여왔다.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8년 서울대 국어교육과 재학 시절 연합신문에 시 '잔상', 서울대 시보에 시 '성수'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목숨', '사랑초서', '바람세례' '귀중한 오늘'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하며 사랑과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써냈다.
여성 시인이 매우 드물던 1950년대에 시인은 첫 시집 '목숨'을 낸 이후 최근까지도 활발히 시집을 발표했다.
평생 1천여 편의 시를 써온 고인이 가장 많이 다룬 주제는 사랑이다. 가장 최근인 2020년 출간한 자신의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에서도 고인은 줄곧 사랑을 노래했다.
"긴 세월 살고 나서/사랑 된다 사랑의 고백 무한정 된다는/이즈음에 이르렀다/사막의 밤의 행군처럼/길게 줄지어 걸어가는 사람들/그 이슬 같은 희망이/내 가슴 에이는구나' (시집 '사람아, 사람아' 수록 시 '사랑, 된다' 전문)
고인은 주로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사랑과 윤리 의식을 시로 형상화해 온 시인으로 평가된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는 "그의 시는 사랑과 기도의 시였다"면서 "일관되게 강조한 사랑과 기도를, 때로는 종교적으로 때로는 개인의 서정 세계로 폭넓게 고양한 분이었다"고 평가했다.
고인은 한국전쟁 당시이던 1951년부터 1953년까지 마산 성지여고, 마산고, 이화여고 교사를 지냈으며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발표하고서 본격적으로 시작 활동을 해왔다.
생전에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를 지내며 신달자 시인 등 수많은 문인 제자를 배출했으며 한국시인협회장, 한구가톨릭문인회장을 역임했다. 고인은 또한 문학 업적을 인정받아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8년 은관문화훈장, 2007년 만해대상 등을 받았다.
고인의 남편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조각가로, 광화문광장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 등을 작품으로 남긴 고(故) 김세중(1986년 작고)이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영·김범(설치미술가)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며, 장례는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12일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낙연 "민주당, 아무리 봐도 비정상…당대표 바꿔도 여러번 바꿨을 것"
'국민 2만명 모금 제작' 박정희 동상…경북도청 천년숲광장서 제막
위증 인정되나 위증교사는 인정 안 된다?…법조계 "2심 판단 받아봐야"
일반의로 돌아오는 사직 전공의들…의료 정상화 신호 vs 기형적 구조 확대
"이재명 외 대통령 후보 할 인물 없어…무죄 확신" 野 박수현 소신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