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박 260만원…가스공사 前사장 '황제 출장'

감사원, 공기관 재무·경영 감사
LH 근무시간 경마장 출입 적발…농어촌公 전직원에 노트북 제공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한국가스공사 본사. 매일신문 DB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한국가스공사 본사. 매일신문 DB

국내 주요 공기업 직원들의 기강해이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출장을 나가 하루에 수백만원하는 호화 숙소에 묵거나 근무지를 무단 이탈해 경마장에 가는 등 사례들이 감사원 감사에서 무더기로 드러났다.

10일 감사원이 공개한 '공공기관 재무 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1년 주요 공공기관 14곳 임직원 65명은 겸직 규정을 어기고 부당하게 영리 행위에 나서 총 24억원을 벌었다. 한국전력 직원은 직접 태양광발전 사업을 경영하며 수억원대 매출을 올렸고 한국수자원공사 등 직원은 다단계 판매 사업을 운영했다.

근무지 무단이탈 사례도 확인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4개 기관 직원 8명은 근무시간임에도 경마장에 출입한 사실이 적발됐다.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가스공사에서도 부적절 사항들이 지적됐다. 가스공사는 직원 87%가 보상 휴가를 받기 위해 시간 외 근무 실적을 허위로 입력한 사실이 드러났다. 가스공사 사장과 간부들은 해외 출장 숙박비를 별도 규정 없이 무한정 지출하기도 했다.

이들이 공무원 여비 기준 대비 초과 사용한 숙박비는 감사원 조사 기간 동안 총 7천623만원에 달했다. 채희봉 전 가스공사 사장은 호텔 스위트룸에 묵으면서 하루 숙박비로 260만원을 지출했다. 사흘간 묵은 총숙박비는 780만원이나 됐다.

방만한 공공기관 경영 사례도 공개됐다. LH는 입학생 정원이 30%에 불과한 사내 대학(LH토지주택대학교)을 운영하며 교원 대부분을 자사 퇴직자로 채용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필요성 검토, 보안 조치도 없이 3급 이하 전 직원에게 약 80억원을 들여 노트북 5천690대를 일괄 지급했다.

한국철도공사 경영 상황 실태도 문제점 투성이었다. 감사원에 이날 별도로 공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공사의 누적 영업 적자는 2조7천1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지출한 영업비용 중 승무원 인건비는 40.5%로 비중이 가장 컸다.

하지만 승무원 근로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비상 대기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등 비효율적 인력 관리로 연간 137억원 손실이 났다.

동력차 승무원 대다수가 철도차량 운전면허를 보유하지 못한 것도 감사원은 문제로 봤다. 공사 내 여객열차 운전이 가능한 제2종 전기차량 운전면허 보유자는 기관사 현원의 50.6%인 816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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