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안방 눌러앉은 국회의원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부산 해운대갑에서 내리 3선을 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하 의원이 어떤 이유에서 '안방'을 박차고 나와 '험지' 출마를 선언했든지 간에 의미가 큰 결단이라고 본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민이 선출하지만 지역구 대표가 아니라 국민 대표다. 자신을 뽑아 준 지역구 주민의 의사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 전체의 이익과 국익을 위해 활동해야 한다. 하지만 여당 색 또는 야당 색이 짙은 안방 또는 안방 권역 안에서 3선, 4선, 5선 선수만 채울 뿐 특별히 전체 국민과 국익을 위해 하는 일이 없는 국회의원들이 많다.

국회의원이 지역구 내 구청장·군수 목을 졸라 자신과 관련 있는 사람들 민원이나 해결하고, 체육대회를 찾아다니며 인사하기 바쁘고, 동네 경로당에 커피, 화장지 공급 상황이나 살피는 것이 말이 되나? 지방선거 공천을 빌미로 시의원·구의원·군의원을 '꼬붕'처럼 부리고, 자랄 성싶은 인재가 나오면 밟고, 신인들에게 당 관련 지역구 행사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다선 의원이 할 짓인가? 중앙 정치판에서 다선 경력에 걸맞은 역할을 찾기는커녕, 걸핏하면 지역구에 나타나 이해관계인들과 노닥거리는 것도 꼴불견이다. 그러라고 지역민들이 다선 의원 만들어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3선 이상 의원이면 중앙 정치권에서도 잔뼈가 굵고, 한국 정치 현황도 훤할 것이다. 전국적인 지명도도 높아 인맥도 넓고, 영향력도 크다. 국회의원으로서 임무도 그에 걸맞게 수행해야 한다. 민심 역시 체육대회를 찾아가 '공수표'를 날리고, 경로당을 돌아다니며 커피나 화장지 안부나 묻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적 대사에 대한 권한 행사와 임무 수행으로 얻어야 한다.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 수행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방식으로 민심을 얻기 위해서라도 3선 이상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안방 지역구를 떠나 서울에 출마해야 한다. 여당 의원이든 야당 의원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역감정에 기반하지 않은 국민 목소리를 듣고, 국익을 위한 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럼에도 안방에 눌러앉겠다는 중진 의원들은 국민, 국익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정치적 야망도 없고, 오직 국회의원 배지만 지키려 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