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미국이 우리 지켜줄 것인가

박헌경 변호사

박헌경 변호사
박헌경 변호사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한과 러시아는 두 나라 간 회담이 군사협력에 관한 것이라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인도적 지원과 무기를 교환하는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북한은 정상회담 몇 시간 전에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일 정상은 지난 8월 미국의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3국 정상은 회담을 통해 정례적인 연합훈련, 해양 안보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하여 합의하였다. 무엇보다 3국은 세 나라 정상이 매년 적어도 1회 이상 대면으로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3국의 외교부, 국방부, 안보보좌관 등의 정기적 회동을 약속하였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리턴 매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에 대한 지지율은 40%대를 오락가락하면서 트럼프가 조금 앞서고 있다. 만약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한·미·일 3국 동맹이 굳건하게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는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는 인물이다.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사실상의 핵보유국인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핵 및 미사일 개발 관련 기술을 제공받아 미국 본토까지 핵으로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는 무엇으로 우리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때도 미국만 쳐다보고 있으면 되는 것인가. 한미동맹이 우리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미국이 항상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1905년 미국과 일본 사이의 소위 가쓰라 태프트 밀약으로 인하여 일본은 대한제국 병합을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었다. 1950년 1월 미국의 극동 방위선인 '에치슨 라인' 선언으로 인하여 북한으로 하여금 남침 및 적화통일이 가능하다는 오판을 촉발시켜 북한이 남침하였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노력으로 전후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다. 한미동맹의 공식적 출현이다.

그런데 1976년 미국의 지미 카터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선거공약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주한미군 전부를 철수하겠다"는 선언을 하였다. 1979년 주한미군 철수 공약을 어떤 식으로든 이행하겠다는 카터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북한이 군사적 우위를 보이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핵심 전력을 섣불리 빼서는 안 된다면서 강한 어조로 논박하였다. 그후 주한미군 철수는 주한 유엔군 싱글러브 장군을 비롯한 미군과 미 의회의 반대로 취소되었다.

카터 전 대통령보다 훨씬 예측 불가능하고 미국의 이익만 생각하는 트럼프가 2024년 재선된다면 실제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하여 우리는 자주국방 능력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북러 밀착 관계를 기회로 우리는 미국에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하고, 핵잠수함 도입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자체 핵 개발이나 일본과 공동으로 핵 개발을 미국에 요구할 수도 있다.

한편 우리는 북한에 대하여 강경한 대립각만 세워서는 안 되고 채널을 풀가동하여 북한과 협상하고 대화해야 한다. 이로써 남북 간 전쟁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야 하고 경제 지평을 확장시키는 남북 연합국가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