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재시설 미비 국가지정 목조문화재 135개…화재 무방비 노출

김승수 의원 "화재위험 커지는 겨울철 대비해 방재 서둘러야…훼손 시 막대한 복원 비용 투입"
문화재청, 2022년까지 방재시설 100% 설치 공언…실제론 미흡
사유 목조문화재 188개 중 화재 보험 가입 안된 문화재 137개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 지정 목조문화재에 대한 화재 예방 등 방재시설 설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대구북구을)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가지정 목조문화재 방재시설 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방재시설(소화시설, 경보시설, 방범설비)이 완비 되지 않은 국가 지정 목조 문화재가 135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문화재청은 2022년까지 모든 국가 지정 목조 문화재에 방재시설을 100% 설치하고, 2040년까지 석조·동산 등 다른 문화재까지 첨단 방재시설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다수 목조 문화재가 여전히 방재 시설이 제대로 구비 되지 않은 채 화재에 노출 돼 있다.

아울러 국가지정 목조문화재 522개 가운데 방재시설을 하나도 갖추지 않은 문화재는 보물인 구례 천은사 일주문, 문경 봉암사 봉황문 등 12개다. 한 가지 종류의 방재시설만 갖춘 문화재는 26개, 두 가지 종류의 방재시설만 설치된 문화재도 97개에 달했다.

가장 기본적인 소화설비인 소화전과 호스릴, 방수총조차 갖추지 않은 문화재도 34개로 집계됐다. CCTV가 없는 문화재도 55개로 신속한 초기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2013 년부터 2023년 8월 말까지 화재로 인한 문화재 피해 발생 건수는 ▷2013년 4건 ▷2014년 2건 ▷2015년 2건 ▷2016년 1건 ▷2017년 2건 ▷2018년 1건 ▷ 2019년 1건 ▷2020년 1건 ▷2021년 6건 ▷2022년 6건 ▷2023년 5건으로 총 31건이다.

지난 2005년 4월에는 강원 양양 산불로 인해 낙산사가 전소됐다. 2008년 2월에는 방화로 서울 숭례문이 불에 탔다. 2009년 12월에는 여수 향일암 대웅전이 화재로 소실되는 등 화재로 인한 문화재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숭례문 복원에는 250억원이 투입됐다.

목조문화재는 초기대응에 실패할 경우 전소될 위험이 높아 방재시설이 필수적이나 일부는 화재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 돼 있는 셈이다.

화재보험 가입율도 저조하다.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목조문화재 223개 가운데 보험에 가입 되어 있지 않은 문화재도 138개(국유 1개, 사유 137개)로 보험 미가입률이 62%에 달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불국사와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은 물론 2012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던 구례 화엄사 역시 화재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

목조문화재는 보험사가 화재 위험을 높게 인식해 수익성을 낮게 보고 있고 보험가액 산정이 어려워 가입을 꺼리는 데다 소유주도 비용 부담으로 가입에 소극적이라는 게 문화재청 입장이다.

하지만 국가지정 문화재가 훼손되거나 손실될 경우 국민 세금으로 막대한 복원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문화재청이 보험 가입률 제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수 의원은 "2008년 숭례문 화재처럼 또다시 우리 소중한 문화재를 잃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며 "화재위험이 커지는 겨울철을 대비해 방재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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