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식품 업계가 '할랄(HALAL)식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전체 시장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미국과 중국 등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들의 식품 시장보다 큰 규모지만, 할랄인증 등 진입장벽이 워낙 높다 보니 쉽사리 진출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할랄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와 정상회담에서 할랄식품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시장 진출에 대한 국내 식품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도 관련 협의체를 출범하는 등 세계 최대 식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 이슬람권 진출 필수 '할랄인증' 어떻게 받나
이슬람권에서는 할랄인증은 필수적인 품질 보증 마크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선 할랄은 '받아들일 수 있는, 허용된, 합법적인' 등의 의미를 갖는데, 식품에 적용하면 '무슬림이 사용하거나 소비하도록 허용된(Permissible for consumption and utilization by Muslim) 식품'을 통칭한다. 반대말은 '하람(Haram)'이다. '금지된'이라는 뜻으로 돼지고기, 포도주 성분이 없고 도살 전에 죽거나 이슬람법에 따라 도축하지 않으면 하람 식품으로 분류돼 사실상 무슬림 국가에 수출하기 불가능하다.
하람이 아니라고 해서 모든 식품이 할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인증 기관을 통해 할랄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한국이슬람협회(KMF)가 대표적이다.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에서는 무이(MUI) 인증이 필요하다. 인도네시아는 2014년 '할랄보장법'을 제정해 식음료를 비롯한 의약품, 화장품 등에 할랄인증 여부를 표기하도록 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자킴(JAKIM)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인증을 받아 내더라도 할랄은 '신이 허락했다'는 종교적 의미가 있는 데다 품질 관리가 워낙 까다로워 성분 문제 등으로 퇴출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한 방송국이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 한 야시장에서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를 주연으로 한식당 운영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민원이 발생하면서 1시간 만에 문을 닫기도 했다. 당시 음식 재료는 할랄 식품으로 준비했으나, 인종 차이 등의 이유로 영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 밖에 한국 혹은 일본에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기업들이 돼지기름 등이 들어있는 재료를 사용한 탓에 퇴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성장하는 할랄 시장 사로잡은 해외 브랜드는?
동남아시아 최대 외식 시장이자 세계 할랄식품 시장 중심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는 퀵서비스레스토랑(QSR), 즉 패스트푸드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식 시장이 위축했지만, QSR 시장은 그나마 매출 유지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6월 내놓은 '인도네시아 QSR 시장동향, 할랄식품 분석'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8천명(2021년 기준)이며 이슬람 신도는 87%(2억4천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가 할랄 시장에서 차지하는 소비액은 전체 1조9천억달러 가운데 11.3%인 1천840억달러 수준이다. 방글라데시(1천130억달러)와 이집트(1천110억달러), 파키스탄(830억달러), 나이지리아(810억달러)도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인도네시아 QSR 시장을 주도하는 상위 10개 브랜드 중 매출 비중 78.4%가 해외 브랜드였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대신 닭고기 소비가 많다 보니 이를 주력 상품으로 하는 'KFC'가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맥도날드'와 '피자헛'도 각각 2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외식업체는 포장과 배달, 가성비 등을 무기로 인도네시아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T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8%가 주 1회 이상 배달음식을 이용했고, 이 중 주 3~4회 이상 배달음식을 먹는 사람은 26% 달했다. 또 패스트푸드를 소비하는 객단가는 평균 2천~4천원(29%)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해 '가성비 메뉴 구성'이 핵심 전략으로 평가됐다.
특히 할랄 식품 선호 바로미터인 'No Pork No Lard'(돼지고기·돼지기름 미사용) 라벨을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89%(절대 지지 77%, 온전 지지 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T는 "인도네시아 진출에 있어 할랄인증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수준의 국가임을 고려한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 할랄 시장 진출, 까다로운 인증 통과가 관건
정부 차원에서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할랄식품 산업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면서 대구식품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후 '할랄식품 협력 등에 관한 양해각서'를 포함한 양해각서 6건을 체결했다.
할랄식품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는 양국이 할랄인증기준 등 정보를 공유하고, 할랄인증기관, 연구실 간 교류·협력을 진행해 K-푸드 수출 확대 기반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대구시도 대구식품, 이른바 D-푸드로 할랄 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했다. 식품업체에 할랄인증을 지원해 수출 확대를 유도하는 '할랄식품 활성화 사업'을 통해서다. 시는 이 사업에 내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50억원을 투입, 할랄인증을 받은 지역 업체를 현재 5곳에서 5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까다로운 인증을 통과하는 게 관건인 만큼 초기 단계에서 목표하는 국가 사정에 맞춰 대응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마다 인지도 높은 인증마크가 다른 만큼 인증기관을 선택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치킨을 필두로 외식 프랜차이즈가 많고 배달 문화가 발달한 지역 외식산업 강점을 살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를 들어 구미에서 시작해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교촌치킨은 2007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15개국에 67개 매장을 여는 성과를 냈다.
강신규 식품외식진흥협회장은 "할랄식품은 시장 규모는 크지만 진입장벽이 높다는 특수성이 있다. 나라마다 원하는 성분과 제조 공정이 있으니 초기 단계부터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테러나 전쟁 같은 위험 요인이 발생하면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으니 이런 상황도 염두에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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