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심리학자 장 피아제에 의하면 인간이 외부의 지식을 습득하여 적응하는 사고방식에는 동화(同化·assimilation)와 조절(調節·accommodation) 두 가지가 있다.
동화란 이미 확립된 도식(圖式·schema) 즉, 자기 사고의 틀을 통해서만 세계 또는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는 주관적 과정이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에게 개를 보고 개라고 말해 주었는데, 다음에 아이는 고양이를 보고도 개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네발 달린 동물이면=개'라는 도식으로 학습했기 때문에 고양이를 보고도 자기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조절은 개체가 환경으로부터 현실적 요구에 직면하면 기존 도식, 즉 사고의 틀을 변화시키고 재조정함으로써 자신의 지식과 사고 과정을 적응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즉, 자신이 가진 도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물이나 상황을 접하게 되었을 때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기존의 도식을 수정한다.
아이가 고양이를 보고 개라고 말할 때 누군가 고양이라고 말해 주면, 아이는 '네발 달린 동물=개'라는 기존의 도식, 사고의 틀을 바로잡을 기회가 생긴다. 고양이를 개의 도식으로 동화시키기에는 모양, 특징 등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우치면서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존의 도식을 변화시키고 재조정한다.
동화에만 의존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다르다"고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이 옳고, 다른 사람의 생각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폄하하고 무시한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동화에만 사로잡힌 사람은 외부 환경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완벽히 동일하게 반복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주어진 상황에서 과거와 동일한 단서에만 주목하고 변화된 정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과거에 사용했던 방법과 동일한 방법을 적용하려 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다.
사실, 동화를 과용하는 경우는 특정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의 뇌 입장에서는 동화가 에너지가 적게 들고 편하다. 하지만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도한 동화를 벗어나려면, 새로운 정보가 오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기존 사고의 틀을 변화시키고 재조정하는 조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조절을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절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지속적으로 자신의 사고의 틀에 대한 생각을 가지는 습관이 필요하다. "비슷한 결정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 생각과 다른 정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지는 않았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어떻게 그런 의견을 갖게 되었는지 충분히 경청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는가?"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져 보아야 한다.
두 번째, 지금까지 쌓아 온 경험과 지식의 경계를 벗어나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배울 수 있는 활동에 참여해 보면 도움이 된다. 한 사람이 살아오면서 누릴 수 있는 경험은 제한되어 있고 축적할 수 있는 지식 또한 한정적이다.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려고 시도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경험, 지식과 다른 새로운 정보를 의도적으로 접하면서 조절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자극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가끔씩 일상을 떠나 보라. 기분 전환의 시간을 갖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때, 보다 맑은 판단력이 생기고 더 많은 것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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